[TV리포트=김수정 기자] 일흔 살을 맞이한 칸영화제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제70회 칸영화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변화’다. 영화 전통에 자부심을 지닌 칸영화제에 이정표로 기록될 작품들이 대거 초청된 것.
그 변화의 중심에 봉준호 감독이 있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옥자’는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안서현 등 국내외 배우들이 출연한 ‘옥자’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한 작품이다.
넷플릭스는 ‘옥자’와 함께 노아 바움백 감독의 ‘메이어로위츠 스토리’ 두 편을 칸 경쟁부문에 진출시켰다. 넷플릭스 작품이 칸에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장이라는 영화적 전통에 자부심 강한 유럽 영화제가 인터넷 스트리밍용 영화를 초청한 것은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긋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특히 넷플릭스 최고콘텐츠담당자(CCO) 테드 새런도스는 “우리는 오래된 파리지엥 극장에 방해받지 않을 것”이라는 칸영화제를 경계하는 발언을 했기에 더욱 놀랍다.
티에리 프레모 칸 집행위원장은 “극장은 필수적이며 우리는 이 파리지엥 극장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영화는 하나의 큰 사회와 같다. 모든 영화는 존재할 장소가 필요하다. 우리는 칸이라는 장소가 있고,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을 결정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넷플릭스가 영화인에게 주목하는 것처럼 극장에도 주목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올해 칸영화제가 선보인 파격은 이뿐만 아니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트윈 픽스’ 시즌3와 제인 캠피온 감독의 드라마 ‘탑 오브 더 레이크’ 시즌2가 스페셜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트윈 픽스’는 2편의 에피소드가, ‘탑 오브 더 레이크’는 7편의 에피소드가 상영된다. 이외에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가상현실(VR) 단편 영화를 초청한 것 또한 파격이라면 파격이다.
물론 이와 같은 칸영화제의 파격 선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에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카를로스’를 5시간 30분짜리 TV버전으로 상영했고, 유선방송 HBO에서 제작한 ‘쇼를 사랑한 남자’를 2013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티에리 프레모는 “칸은 올해 70주년이자 내가 집행위원장을 맡은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올해는 분명 칸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경험에 언제든 문이 열려 있지만 칸이 변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의 방증이며, 우리는 영화에 대한 우리만의 신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제70회 칸국제영화제는 5월 17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다. 한국영화로는 ‘옥자'(봉준호 감독), ‘그 후'(홍상수 감독)가 경쟁부문에, ‘불한당:나쁜놈들의 세상'(변성현 감독), ‘악녀'(정병길 감독)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클레어의 카메라'(홍상수 감독)가 스페셜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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