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조혜련 기자] 누구의 기대도 받지 못했던 대타 선수가 안방극장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른바 ‘땜빵의 반란’이다.
현재 방송 중인 MBC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김선희 극본, 고동선 연출, 이하 ‘죽사남’)는 초호화 삶을 누리던 왕국의 백작이 딸을 찾기 위해 한국에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이 드라마는 소위 ‘땜빵 드라마’라 불렸다. 전작 ‘군주-가면의 주인’ 후속 작품으로는 하지원 주연의 ‘병원선’ 편성이 유력했다. 그러나 드라마의 가장 큰 배경이 되는 ‘병원선’ 제작 등의 문제로 편성이 연기된 것. 그 사이에 급하게 ‘죽사남’이 편성됐다. 때문에 ‘죽사남’을 향한 기대도, 궁금증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뚜껑을 연 ‘죽사남’은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았다. 최민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은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았고, 시청자는 낯선 ‘죽사남’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방송 2주째 수목극 시청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정유경 극본, 김진민 연출) 또한 ‘옥중화’의 제작이 지연되면서 급하게 편성된 작품. 때문에 시작 전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여기에 재벌 2세와 죽음을 눈앞에 둔 싱글맘의 사랑 이야기는 ‘진부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럼에도 시청자는 ‘결혼계약’을 선택했다. 공감 가는 이야기, 배우들의 연기력이 몰입도를 높인 것. 초반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점차 시청률 상승을 기록했다. 이서진에게는 또 하나의 인생 작품으로, 유이에게는 연기자로의 입지를 굳힌 작품으로 남았다.
지난해 방송된 KBS2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임상춘 극본, 차영훈 연출) 또한 ‘땜빵 드라마’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안방에 등장했다. 전작 ‘동네변호사 조들호’와 후속작 ‘뷰티풀 마인드’ 사이에 짧게 편성된 작품이었던 것.
앞선 작품들과 달리 4부작 ‘연작 드라마’라는 이유 때문에도 기대를 받지 못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 탄탄한 스토리 구성으로 방영 이후 입소문을 탔다. 4회 방송분은 두자릿 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드라마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여전히 회자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추적자’ ‘베토벤 바이러스’ 등 땜빵 드라마의 성공 신화는 꽤 여럿이다. 거론된 작품들만 봐도 ‘급한 편성’을 이유로 대충 만드는 작품은 없다는 것, 초반 기대와 상관없이 작품이 좋다면 시청자의 리모컨은 언제나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엔 또 어떤 대타 선수가 등장할지, 이제는 기대가 될 정도다.
조혜련 기자 kuming@tvreport.co.kr/ 사진=각 드라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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