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가영 기자] 이토록 논란 없는 공동 대상이 또 있을까.
김영철, 천호진. 3~40년 내공의 배우들이 공동 대상을 납득시켰다. 오로지 연기력으로 말이다.
김영철, 천호진은 ‘2017 KBS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2017년의 마지막, 2018년의 시작을 알렸다. 공동 수상엔 이견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예외다. 두 배우 모두 대상의 자격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두 배우가 2017년 한해 동안 보여준 연기는 대단했다. 단순한 재미, 감동을 떠나 깊은 여운을 남겼고 깨달음을 안겼고 깊은 의미를 전했다. 다른 배우라면 단편적으로 전할 수 있는 메시지도 두 배우의 연기가 있었기에 더 깊은 감동을 안겼다.
먼저 스타트를 끊은 것은 김영철이다. KBS2 ‘아버지가 이상해’의 타이틀롤, 아버지를 연기한 김영철. 그는 전과자라는 낙인 때문에 친구 변한수로 살아야하는 김윤석을 연기했다.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도 김영철의 연기가 있었기에 설득력이 생겼다. 평생을 참고 산 아버지 김윤석, 하지만 법정에서는 “벌을 주세요”라고 울분을 토하며 명장면, 명대사를 남기기도 했다.
김영철의 연기는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다. KBS1 ‘태조 왕건’ 궁예 역으로 역대급 연기를 보여준 김영철. 그 강렬한 연기를 지웠다는 것만으로도 ‘아버지가 이상해’ 김영철은 큰 의미를 지닌다. 또한 중견 배우도 누구의 아버지, 누구의 삼촌이 아닌 주인공으로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바통을 이어받은 천호진도 마찬가지다. KBS2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태수로 분한 천호진. 그가 보여준 연기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다.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한 가장의 모습부터 힘을 잃은 상황에서 마주한 초라한 모습까지, 입체적인 서태수의 심경들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죽음이 가까웠다는 것을 알고 “저에게 휴식을 주시는 군요”라고 웃는 모습은 많은 것을 느끼게 만들었다.
천호진의 대상 역시 의미가 깊다. 데뷔 초부터 강렬한 연기로 인상을 남겼던 그지만, 대상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연기 인생 34년 만에 품게 된 대상. 그의 올곧은 연기 인생이 인정받는 순간이다. 늘 자신의 자리에서 꿋꿋이 걸어온 천생 배우 천호진. 누구나 납득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김영철, 천호진. 두 배우의 연기력은 우월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흠 잡을 데 없다. 그 연기력이 대상을 이뤄낸 것이다. 특히 점점 좁아지는 중견 배우들의 입지를 살펴 봤을 때 두 사람의 대상은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진심은 닿기 마련’이라는 말을 몸소 입증한 셈이다. 단순한 인기, 흥행을 떠나 진정 품격 있는 대상을 수상한 두 사람. 공동 대상 임에도 박수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가영 기자 kky1209@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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