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부산=김수정 기자] ‘마더!’ 예측불가의 충격으로 가득한 2시간이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인 ‘마더!’는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작으로 초청돼 격렬한 반응을 이끌어낸 화제작이다. 레퀴엠'(00), ‘더 레슬러'(08), ‘블랙스완'(10), ‘노아'(14) 등을 통해 인간 내면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연출로 거장 반열에 오른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연출을 맡고 제니퍼 로렌스와 하비에르 바르뎀이 출연했다.
영화는 잠에서 깨어나 맨발로 현관 밖을 나서는 아내(제니퍼 로렌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아내는 시인인 남편(하비에르 바르뎀)과 교외 지역의 집에서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내는 최고의 시를 쓰기 위해 몰두하는 남편을 늘 응시하고, 집안 곳곳을 가꾸고 돌보지만 남편은 왠지 모르게 아내에게 관심이 없다.
정체 모를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집에 한 남자(에드 해리스)가 찾아온다. 아내는 정형외과 의사라는 이 남자가 어딘가 미심쩍지만 남편은 갈 곳 없는 그를 하룻밤 재우기로 한다. 그날 밤 남자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괴로워한다. 아내는 남자의 오른쪽 갈비뼈의 상처를 발견한다. 다음날, 남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남편과 산책을 나서고 그 사이 남자의 아내(미셸 파이퍼)가 찾아온다.
남편의 환대에 손님은 점점 늘어난다. 남편의 팬이라고 밝힌 손님들은 남편의 시가 “나를 위해 하신 말씀”이라며 환호한다. 남편을 향한 맹목적 지지는 광기로 돌변해 아내가 공들여 돌본 집안을 엉망으로 만든다. 아내는 괴로움을 호소하지만 남편은 무관심하고, 손님들은 폭력적이고 무례하다.
‘마더!’는 아담과 이브, 카인과 아벨, 마리아, 예수 등 성서에 대한 은유로 가득하다. 일상적인 긴장감에서 출발해 대자연, 창조주, 마리아라는 상징이 고개를 들이미는 순간 영화는 폭주한다. 자연훼손, 전쟁, 테러 등 인류가 저지른 무수히 많은 죄가 후반부 충격적인 영상으로 쏟아진다. 인류사를 단 몇십 분 만에 집대성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담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영화 초중반이 공포에 가까운 서스펜스를 선사한다면, 명징한 상징으로 점철된 후반부는 이미지로서의 충격을 안긴다. 아쉽다면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폭력적인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자로서의 아내, 아내의 희생에 대한 남편의 미소는 성서에 대한 감독의 새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어 인상 깊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젊은 연기파 배우인 제니퍼 로렌스는 이번에도 탁월한 연기를 선보였다. 전작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마더!’에서는 기존에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완벽히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하비에르 바르뎀은 특유의 기괴하면서도 넘치는 남성미로 영화에 에너지를 드리우고, 에드 해리스와 미셸 파이퍼도 관록의 연기로 작품의 격을 높였다.
‘마더!’는 10월 19일 국내 개봉한다. 121분, 청소년관람불가.
부산=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마더!’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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