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진작 알아봤다. 언젠가는 터질 줄 알았다. 적어도 오랜 팬들은 알고 있었다. 배우 정유미의 매력이 통할 날이 올 것이라는 걸.
2003년 독립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데뷔한 정유미는 처음부터 주목받는여배우가 아니었다. 모두가 감탄하는 연기력을 가진 것도, 압도할만한 미모를 가진 미녀도 아니었다. 대신 볼수록 끌리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그런 정유미의 가치를 알아본 이가 드라마 ‘케세라세라’의 김윤철 PD다.
정유미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영화 ‘사랑니’로 가능성을 보이긴 했지만, 인지도가 전무한 정유미를 미니시리즈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일은 꽤 파격적이었다. 김윤철 PD는 ‘사랑니’에서 본 정유미의 가능성을 알아봤고,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빈틈없는 성형미인이 안방을 주름잡던 시절, 그녀의 외모는 신선하다 못해 낯설게 받아들여졌다. 흔히 말하는 여주인공감이 아니었다.’대채 왜?’ 정유미를 본 대중의 첫 반응은 의문 반, 호기심 반이었다.
연기 역시 전형적인 틀에 벗어나 있었다. 한국 드라마는 플롯의 전형성이 뚜렷히 드러난다. 시나리오의 내러티브가 비슷하게 반복되면 배우의 스펙트럼도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시청자 역시 이 상투성이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당시 ‘케세라세라’에서 보여진 정유미의 연기는 모든 것이 달랐다. 단순히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는 이분법적 기준을 떠나 정유미의 연기는 기존의 틀과 많은 것이 차별화 돼 있었다. 감정을 확실히 폭발해야 연기를 잘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한국 드라마계에서 그녀의 연기법은 다른 결을 지니고 있었다. 평범한 대사도 색다른 톤으로 소화했다. 똑같은 연기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 처럼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법과는 확실히 다른 점이 있었다. 발성과 시선도 타 여배우들과 차별화됐다. 클리셰에 익숙할대로 익숙한 대중에게 정유미는 외모부터 연기까지 모든 것이 신선해 보였다.
현재는 ‘정유미표 연기’가 모두에게 인정을 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다. 전형성에서 비켜 간 정유미의 존재는 파격 혹은 낯섬이었다.
정유미의 매력을 일찌감치 알아 본 이가 바로 홍상수 감독이다. 정유미 본인은 홍 감독의 뮤즈라고 불리는 걸 부담스러워하지만 홍 감독을 만나면서 정유미의 매력은 만개했다. 배우의 시선, 동선 하나하나까지 모든 걸 철저히 계산하고 통제하는 홍 감독의 작품에서 배우는 자칫 꼭두각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정유미는 홍 감독의 영화 안에서도 자신의 캐릭터를 덧칠했다. ‘우리 선희’,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이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 무서운 내공이 엿보이는 연기였다.
이후 tvN ‘로맨스가 필요해’, KBS ‘직장의 신’, ‘연애의 발견’ 등을 연기하며 서서히 자신의 매력을 대중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윰블리’ 타이틀을 얻기 시작한 것도 본격적으로 로맨틱 코미디 캐릭터를 소화하면서다. 어떤 인물을 맡든 정유미의 색이 보였다. 배우로서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확신을 얻은 듯 했다. tvN ‘윤식당’은 그녀의 실제적 매력이 연기와 어떻게 시너지를 내는지 보여준다. 이 예능에서 정유미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자랑한다. 그녀가 가진 리얼한 인간미와 러블리함이 연기에 더해졌던 것이다.
대단한 연기파도 1등 미녀도 아닌 그녀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게된 이유,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사랑스러움과 자연스러운 매력 때문이 아닐까.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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