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옥빈아!”
지난 21일(현지시각) 자정,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을 가득 채운 한마디다. ‘악녀'(정병길 감독)의 제70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을 위해 2500석 규모의 뤼미에르 대극장으로 배우들이 차례차례 입장하던 순간, 객석 뒤편에 앉은 박찬욱 감독은 김옥빈의 모습이 보이자 특유의 따뜻한 목소리로 “옥빈아!”를 외쳤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아빠 미소를 지으며 김옥빈과 ‘악녀’ 팀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두 사람은 지난 2009년 영화 ‘박쥐’로 함께 칸을 찾았다. 당시 23세 나이에 당찬 연기력을 선보인 김옥빈은 칸 현지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았고, 영화는 심사위원상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이에 대해 김옥빈은 “감독님께서 마치 딸을 시집 보내는 아빠의 느낌이더라. 정말 반가웠고 감사했다”고 뭉클했던 당시 심경을 전했다. 박찬욱 감독 역시 “(김)옥빈이가 정말 고생이 많았더라”라는 말로 뿌듯함을 드러냈다.
박찬욱 감독의 ‘아빠 미소’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24일 오후 11시 30분 열린 영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변성현 감독) 미드나잇 스크리닝에도 참석한 그는 뤼미에르 대극장 입구에 서 배우들을 맞이했다. 심사위원으로 1분 1초가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감독의 부재에 혹여나 기죽었을지 모를 배우들을 응원하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마음고생했을 설경구, 전혜진, 김희원을 한 명씩 안아주며 덕담을 건넸고, 영화 상영이 끝난 후에도 입구에서 배우들을 기다렸다.
‘불한당’ 배우들이 박찬욱 감독의 이러한 배려에 “정말 뭉클하고 감사했고 울컥했다. 감독님께서 저 멀리 우리를 지켜보시는데 든든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심사위원 대상), ‘박쥐'(심사위원상), ‘아가씨’로 칸 경쟁부문에 세 번이나 문을 두드리며 한국 장르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공을 세웠다. 올해는 심사위원으로 칸을 찾으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19편의 경쟁부문작 심사하랴, 공식 일정 소화하랴 바쁜 틈 가운데서도 한국영화의 든든한 기둥 역할까지 해내며 ‘깐느박’의 위엄을 다시금 증명하고 있다.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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