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배우 김선아는 팔색조다. 자신을 버리고 온전히 캐릭터가 되는데 능숙하다. 통통하지만 말랑말랑한 심장을 가진 착한 여자 김삼순부터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는 시한부 여성 이연재와 출세에 대한 욕망으로 섬뜩한 이중성을 보여주는 박복자까지 김선아의 색은 하나가 아니라 다양하다.
1996년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을 통해 데뷔한 김선아는 오랜 단역 생활을 거쳐 뒤늦게 빛을 발한 대기만성형 배우다. 김선아를 스타로 만들어 준 대표작은 MBC ‘내 이름은 김삼순’. 여주인공이 통통했기 때문에 여배우들은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다. 몸매가 망가질까 걱정한 것이다. 김선아는 김삼순을 기회로 삼았다. 살을 불리고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됐다. 남자들의 이상형은 아니지만 따듯하고 섬세한 감성을 지닌 김삼순은 전에는 볼 수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19.7%의 시청률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마지막 회에 51.6%라는 경이적인 숫자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모두가 김삼순의 팬이었다. 김선아가 아닌 김삼순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대체 불가능한 연기를 보여줬다. 김선아 대신 김삼순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을 정도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김선아를 스타 반열에 올려 준 작품이지만, 장벽이기도 했다. ‘김선아=김삼순’이라는 공식이 대중에게 깊이 각인됐기 때문이다. 이 한계를 넘기 위해 김선아는 부단히 노력해야만 했다.
김선아는 ‘내 이름은 김삼순’ 후 캐릭터 변화를 위해 다이어트에 매진했고, 성공했다. 그러나 이 작품의 후광은 극복하기에 너무 컸다. 캐릭터의 그늘이 큰 탓에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부족해 보였던 것. 그는 다시 여배우의 색을 보여주기 위해 연이어 새로운 작품에 도전했다. 기존의 장벽을 넘게 한 작품이 바로 SBS ‘여인의 향기’다. 김삼순의 이미지를 깨는 데까지 무려 6년의 세월이 걸렸다.
극중 김선아는 상사의 눈치를 보는 평범한 회사원에서 시한부의 삶을 살게 되는 이연재 역을 맡았다. 김선아의 변화는 외모적으로도 한눈에 띄었다.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말라 보일 정도로 체중을 감량한 것이다. 고무줄 몸무게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 것이 바로 김선아다. 이러한 노력 덕에 ‘여인의 향기’ 역시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누렸다.
김선아의 다음 도전은 악녀였다. 현재 방송 중인 JTBC ‘품위 있는 그녀’가 그것. 순박하고 촌스러워 보이는 도우미 박복자는 속에 칼을 숨고 있는 여인이다. 단순히 맹목적으로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표정과 캐릭터를 바꾸는 복잡한 악역이다. 재벌 회장(김용건) 앞에서는 천사 같은 미소를 짓다가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들에겐 불을 내뿜는 박복자의 모습은 무섭다 못해 섬뜩하다.
사랑스러운 김삼순부터 마주치는 것조차 두려운 악녀 박복자까지 김선아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다. 벌써 그녀의 다음 도전이 기다려질 정도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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