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나리카와 아야 객원기자] ‘군함도’라는 영화를 한국에서 만들고 있다는 것을 처음 들은 것은 지난해 가을이었다. 출연하는 배우한테 직접 들었다. 일본 출신인 그 배우는 “실화가 아닌 부분이 있는데 일본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된다”며 불안한 표정을 보였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하고 궁금했는데 올해 2월 일본에서 크게 보도돼 알게 됐다.
영화 포스터와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산케이신문이 영화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는 기사를 1면에 실렸다. 사실 극영화가 역사적 사실과 다르면 안 되는 것도 아닌데 ‘날조’라는 단어까지 써서 그것도 탄광에 강제 징용된 소년이 없었다고 하는 내용의 기사였기 때문에 류승완 감독도 반론했다.
보도를 보면서 이 영화가 개봉되면 일본에서도 반응이 크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실제로 첫 시사회도 열리기 전에 마치 본 것처럼 ‘거짓말투성이’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영화’라는 식으로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예고편을 보고 특히 구 일본군의 군기 ‘욱일기’를 반으로 찢는 장면을 보고 그런 것 같다.
처음 ‘군함도’를 본 소감은 솔직히 “그렇게 일본을 나쁘게 그린 영화도 아니네”였다. 오히려 조선인을 배신하는 조선인이나 조선인끼리의 싸움이 더 강한 인상을 줬다. 일본을 아주 나쁘게 그렸을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봐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 영화를 좋아해서 일을 그만 두고 한국에 유학 올 정도의 나의 소감이 일반적인 일본 사람의 소감이라고 보기 힘들 것이다. 같은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일본 기자는 이렇게 소감을 이야기했다.
“보기 불편했다. 아무리 픽션이라고 해도 지나친 것 같다. 일본에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자기 나라의 잘못을 되돌아볼 일본 사람은 얼마나 될 까. 물론 그런 목적으로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나와 아주 다르다고 느꼈다. 한일간의 예민한 분위기를 느끼면서 나는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쓸 거면 가능한 알아보고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시사회가 끝나자마자 실제 군함도로 향했다. 일본 규슈의 북서에 위치하는 나가사키에 있는 섬이다. 정식 명칭은 하시마인데 군함처럼 생겨서 군함도라 불린다.
비행기가 규슈의 중심도시 후쿠오카에 도착하자마자 얼마 전까지 내가 다니던 아사히신문의 동기를 만났다. 그 동기는 태어나서부터 즉 규슈에서 살아왔다. 일반적인 일본 사람보다 군함도에 대해서 잘 알 거라고 생각해서 물어봤다. 그런데 의외로 무관심한 대답이 돌아왔다. “군함도의 존재는 알지만 가본 적 없다. 상륙할 수 있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고, 규슈 사람들한테는 ‘신기하게 생긴 섬이 있네’ 하고 멀리서 바라보는 그 정도 존재였다.”
군함도는 1974년에 폐광된 이후 무인도였다. 폐허가 된 건물들이 즐비한 기이한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2009년부터 상륙할 수 있는 관광지로 됐다. 2015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규슈 사람들한테는 자랑스러운 관광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군함도에 가는 배를 타기 위해 항구로 가는 길 택시 운전사도 “왜 관광객들은 군함도로 가는 지 이해가 안 간다. 비싸기 만 하고 폐허를 보고 뭐가 좋냐”고 했다. 가봤냐고 물어봤더니 안 가봤다고 했다. 군함도에 가기 위해서는 투어에 참가해야 하는데 내가 참가한 투어는 4500엔(약 45000원)이었다. 상륙 시간이 1시간도 안 되는 것을 생각하면 비싸긴 하다.
군함도에 가기 전날 개인적으로 소개 받은 군함도 가이드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그 가이드 말로는 “나가사키 사람들은 별로 군함도에 관심이 없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도 의외였을 것이다.” 그럼 누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했는지 물어봤더니 폐광 전에 군함도에 살았던 사람들이 중심으로 추진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군함도에 살았던 사람들이 ‘군함도’는 “잘못된 역사 인식을 전할 우려가 있다”며 항의하는 성명을 내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운 고향이 안 좋은 이미지가 되는 것을 싫어할 수도 있다. 내가 현지에 가서 느낀 것은 그것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일반 나가사키 사람들은 ‘군함도’는커녕 군함도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다. 미디어나 인터넷으로는 알 수 없는 현지의 분위기였다.
역시 개봉한 다음 분위기는 더 악화된 것 같다. 산케이신문이 1면에 군함도에 대한 기사를 실렸다. 그것은 내가 봐도 아쉽다고 할 수밖에 없는 뉴스였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띄웠던 ‘군함도의 진실’이라는 영상에 나오는 사진이 잘못 쓰인 사진이었다는 것이다. 장소가 군함도가 아닌데다가 일하는 사람도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이었다고 서경덕 교수도 실수를 인정했다.
그 기사를 보고 많은 일본 사람들이 오해를 한 모양이다. 트위터 반응을 보면 “실수가 아닌 악의 있는 날조와 거짓으로 만든 프로파간다 영화”라는 식으로 ‘군함도’의 광고 영상이 잘못된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나한테 “안타까운 일이다. 영화 제작진은 좀더 심중하게 영상을 만들어야 했다”고 연락해온 사람도 있었다. 물론 오해라고 설명했다. 산케이신문 기사는 잘못된 기사는 아니지만 오해 할 만한 표현이긴 하다.
일본에서 한국 영화가 이렇게까지 화제가 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한국 영화 팬으로서는 굉장히 복잡한 심정이다. 오해투성이의 이 상황은 어떻게 해야 할 텐데 일본에서 개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화가 주목을 받으면서 강제 징용에 대해서도 한일 양국에서 화제가 된 것을 보면 류승완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의도의 일부는 달성한 것 같긴 하다.
나리카와 아야객원기자(동국대 대학원생, 전 아사히신문 문화부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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