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올 상반기 영화계는 대박은 실종되고 논란은 많았다. 최순실 게이트, 장미 대선으로 대중의 이목이 극장 밖으로 쏠리는 동안 충무로는 쓴 입맛만 다셔야 했다. 오히려 해외에서 거둔 성과가 값진 상반기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상반기 극장가를 정리해봤다.
# 흥행 한방 없었다
영화 ‘공조'(781만), ‘더 킹'(531만)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소위 말하는 ‘대박’ 흥행작이 없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이유라면 이유. 영화보다 더 흥미로운 현실에 대중은 스크린보다 정치뉴스로 눈을 돌렸다. “영화보다 재밌는 현실”을 몸소 체험한 충무로였다.
성수기인 6월 시장도 잠잠하다. 지난해 6월 새로운 영화적 체험으로 가득한 ‘곡성’과 ‘아가씨’가 신드롬을 일으킨 것을 상기하면 단순히 정치 탓만 하기엔 아쉽다.
# 논란, 논란, 논란의 연속
반면 논란은 많았다. 지난해 불거진 홍상수 김민희 불륜 스캔들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졌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열린 ‘밤의 해변에서 혼자’ 국내 언론시사회에서 “진솔하게 만나고 있다”라고 불륜 관계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공개 불륜은 한국을 넘어 칸에서도 여전했다. 영화 ‘그 후’, ‘클레어의 카메라’ 두 편으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두 사람은 칸 노천카페에서 공개 데이트를 즐겼다. TV리포트 카메라에 포착된 이 모습은 이후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맞담배’ 패러디물을 양상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국제적(?)으로 뜨거운 감자였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옥자’는 스트리밍용 영화라는 이유로 영화제 시작 전부터 몸살을 앓았다. 프랑스극장협회가 극장 개봉 3년 후에야 VOD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법률을 근거로 ‘옥자’의 영화제 상영에 반발한 것.
봉준호 감독은 “국제영화제에 왜 프랑스법을 적용하는지 모르겠다. 초청하기 전 법률 문제를 정리하지, 사람 불러놓고 민망하게 만들었다”고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극장과의 갈등은 국내까지 이어졌다. 국내 3사 멀티플렉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옥자’의 넷플릭스와 극장 동시상영에 개봉 거부 의사를 밝혔다. ‘옥자’는 대한극장, 서울극장 등 전국 100여 개 개인극장에서 개봉한다.
# 김민희의 화양연화, 기립박수라는 쾌감
김민희는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으나, 동시에 한국영화 자존심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2월 홍상수 감독과 작업한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은곰상)을 품에 안았다. 신비롭고 처연한 연기로 영화의 그 자체가 된 김민희의 수상에 이견은 없었다.
잡지모델로 출발해 드라마 ‘학교’로 배우로 데뷔한 후 수차례 발연기 뭇매를 맞았던 김민희는 드라마 ‘거짓말’, ‘화차’, ‘연애의 온도’로 연기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홍상수와 첫 작업한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이후에는 성장에 더욱 가속도가 붙었고 그 결과 베를린 은곰상이라는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충무로는 올해도 칸을 달궜다. 지난해 ‘아가씨'(경쟁), ‘부산행'(미드나잇), ‘곡성'(비경쟁)에 이어 올해는 ‘옥자'(경쟁), ‘그 후'(경쟁),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미드나잇), ‘악녀'(미드나잇), ‘클레어의 카메라'(스페셜) 다섯 편이 초청됐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한국영화의 위상을 새삼 확인한 자리였다. 특히 국내에서는 감독의 SNS 발언 논란으로 맘고생했던 ‘불한당’은 올해 한국영화 최장 시간인 7분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현지 호평을 받았다. 칸영화제에서 기립박수는 형식적이라 할 수 있지만 7분간 박수가 나오는 건 이례적인 일. 2500석 규모의 뤼미에르 대극장은 ‘불한당’이 보여준 새로운 스타일에 환호하는 이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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