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하지원과 메디컬 드라마, 조합은 옳았다.
지난 7일 방송한 MBC 드라마 ‘병원선’에서 송은재는 그동안 숨겨왔던 아픔을 모두 토로했다.
이날 하지원은 송은재(하지원)의 변화 과정을 그려냈다. 송은재는 허망하게 엄마를 잃은 슬픔을 환자들에게 괜한 화풀이로 풀어냈다. 실력은 백점, 소통은 빵점인 의사였다. 그런 그녀가 동네 무당을 바라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무당은 수술이 시급한 상황이었으나, 계속해서 진료를 거부했다. 송은재는 한의사 김재걸(이서원)로부터 결혼식을 앞둔 딸에게 돈을 주기 위해 수술을 거부한다는 사정을 들었다. 송은재는 숨겨왔던 마음을 털어놨다. “수술한 돈 아껴서 혼수 잔뜩 싸주고, 좋아하는 거 해준다고 힘들어도 배 타고 차타고 몇 시간씩 달려가고, 생살 찢어가며 죽을 둥 살 둥 낳아줘도 고마워하지 않아. 억울하면 시간을 줘요. 단 한 번이라도 엄마한테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딸에게 시간을 주라고요”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이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하지원은 과하지 않은 연기로 감정선을 녹여냈다. 쏘아붙이듯 대사를 뱉어냈지만, 한 줄 한 줄에 담긴 감정으로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용기를 냈다. 엄마의 유품을 살폈고, 이 과정에서 참아온 감정을 폭발시켰다. 성공을 위해 가족을 등진 인물의 비애를 “엄마 미안해”라는 절제된 한 마디로 녹여냈다. 오랜 연기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한 테크닉이었다.
하지원이 그리는 송은재는 달라졌다. 마침내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성장을 시작한 셈이다. 첫 의학드라마도 성공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하지원, 그녀의 연기쇼는 이제 막 시작됐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MBC ‘병원선’ 화면 캡처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