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시간위의 집'(임대웅 감독)은 새로운 시도로 가득한 영화다. 100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괴성 없이도 관객 놀라게 하는 스릴, 시간과 공간을 비트는 설정 등이 그 예.
그중에서도 ‘암전’ 설정은 이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하는 매력 중 하나다. 극중 미희(김윤진)가 집안에 미스터리한 일이 계속되자 무당(박준면)을 불러 굿을 하는 장면에서 “절대 눈 떠서는 안 된다”라는 무당의 대사와 함께 약 1분간의 암전이 시작된다. 한국영화로는 최장 암전신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집은 금방이라도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기괴한 느낌을 안기는데, 이 엑소시즘 장면은 공간이 지닌 특유의 공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화는 공간이 주는 분위기에 잔뜩 긴장한 관객들 앞에 암전이라는 예상치 못한 공포를 떨어트린다.
덕분에 관객은 눈을 감은 미희에게 빙의돼 극한의 공포를 직접 체험한다. 오로지 청각에만 의존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를 듣는 1분은 그 어떤 끔찍한 장면보다 강렬하다. ‘곡성’, ‘검은 사제들’의 굿장면과는 또 다른 영화적 체험을 만끽할 수 있다.
기막힌 시도와 패기로 가득찬 ‘시간위의 집’은 개봉 이후 뜨거운 입소문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제19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되며 해외에서도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앞으로 ‘시간위의 집’과 같은 전형성을 탈피한 영화적 시도가 더욱 자주 등장하길 바라본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시간위의 집’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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