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예능계의 양대 산맥 김태호, 나영석 PD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멤버들이 농담처럼 던진 말을 국민 약속으로 바꾼다는 점이다.
나 PD가 새로운 이벤트를 선보인다. 첫 프로젝트는 그룹 위너가 출연한 tvN ‘꽃 보다 청춘’이다. 시작은 ‘신서유기4’에 출연한 위너 송민호와 나 PD의 소소한 대화였다. 일명 ‘송가락 사건’으로 불리는 이 특집에서 송민호는 탁월한 예지력을 지닌 손가락(송가락) 덕에 미션을 성공시켰고, 농담처럼 그 조건으로 ‘꽃 보다 청춘’ 위너 편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나 PD가 “지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장면을 보던 시청자들은 이 약속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나 PD 예능에서 던져진 말은 씨가 되고, 미션과 특집이라는 열매를 맺는다.
말하는 대로 두 번째 프로젝트는 강호동을 내세운 ‘강식당’이다. 앞서 선보인 ‘윤식당’의 또 다른 버전으로 강호동과 ‘신서유기’ 멤버들이 의기투합해 식당을 개업하고 직접 메뉴를 개발한다는 포맷이다. 장소가 국내일지, 외국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역시 ‘신서유기 외전’으로 방영될 계획이다. 먹방에 일가견이 있는 강호동이 요리 개발과, 판매에도 실력이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말하는 것이 모두 실현되는 예능의 원조는 단연 ‘무한도전’이다. 이 예능에서 멤버들이 던지는 말은 대부분 현실이 된다. 수다쟁이 멤버들은 무심결에 말을 던지고 김태호 PD는 재빠르게 이를 낚아챈다. 입을 쳐도 이미 늦은 때다.
가장 유명한 특집은 2010년 방영된 ‘알레스카에서 김상덕 찾기’다. 당시 멤버 7인(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길)은 유재석이 무심코 던진 농담 탓에 알래스카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유재석은 게임에서 진 멤버에게 “알래스카에서 김상덕을 찾으라”고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시청자가 보기에도 말 그대로 ‘아무말 대찬치’였다. 멤버들 역시 모두 장난이라 여겼지만, 김 PD는 북극으로 7인의 등을 떠밀었다. 신기하게도 멤버들은 현지에서 김상덕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인을 만날 수 있있고, 예상 치 못한 감동을 선사했다.
박명수 역시 말 한 마디 잘 못했다가 호되게 당했다. 2016년 ‘무한도전’은 자사의 타 프로그램과 콜라보를 하는 특집을 진행했는데 당시 박명수는 ‘맛있는 TV’에 출연, 어부들과 회를 만들어 먹었다. 평소 과메기를 좋아한다는 그는 “과메기를 좋아해서 잘 먹는다. 김 없이 2kg를 먹겠다”라고 호언장담했다.
제작진은 그의 바람대로 과메기 2kg을 준비했다. 처음엔 기뻐하던 박명수는 점점 지치는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3마리 반만 먹고 줄행랑을 쳤다. ‘무한도전’에선 자나 깨나 말조심이라는 걸 잠시 잊은 결과다.
2011년 방송된 ‘미남이시네요’도 말장난으로 시작됐다. 먼저 멤버들과 외모 대결을 벌였던 박명수는 7위인 꼴찌를 기록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더니 “내가 그래도 김태호 PD보다는 잘생겼다”고 자신했다. 내친김에 제작진은 박명수와 김 PD, 두 사람의 외모를 가리는 ‘미남이시네요’ 특집을 진행했다. 치열한 대결 끝에 승자는 박명수. 그 나물에 그 밥 격인 특집이기에 더욱 재미를 선사했다.
정상의 자리에 올라서도 빈틈을 놓치지 않고 웃음 사냥에 나서는 김태호, 나영석 PD. 앞으로도 또 누군가는 이들의 그물에 걸려 뱉은 말을 실천해야하는 몸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 두 PD 덕에 누군가의 공약과 말실수가 기다려진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DB,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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