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가영 기자] “배우 인생에서 이런 인물을 만날 수 있을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25일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는 영화 ‘박열’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감독 이준익과 배우 이제훈, 최희서가 참석했다.
영화 ‘박열’은 1923년 도쿄 6천 명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제훈은 영화 ‘박열’을 통해 실존 인물을 연기하게 됐다. 그것도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투사 박열이다. 거장 이준익 감독의 러브콜을 받은 이제훈은 “떨렸다”고 당시 소감을 표현했다.
그는 “감독님의 영화를 봐오면서 감독님의 세계 안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박열’이 연기하기 쉬웠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이준익 감독님의 존재 덕분이다.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다”고 이준익 감독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영광인 동시에 부담이 되는 ‘박열’ 연기이기에 이제훈은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제훈은 피나는 노력을 쏟았다. 특히 영화를 찍는 내내 밥을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놀라움을 안겼다.
그는 “제가 밥을 먹으면 가발, 수염이 떨어지더라. 분장팀이 한올 한올 붙여준건데 밥을 먹고 떨어지면 수정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느냐. 그래서 ‘참자’고 생각했다. 또 박열이 감옥에서 단식 투쟁을 하게 된다. 후반부에 말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밥차를 보면서도 군침을 삼켰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열이 실존 인물인 만큼 그에 대한 정보 또한 철저하게 준비했다. 그는 “‘박열’의 신념적 사상을 체화시켜서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료와 책들을 많이 찾아봤다”고 밝혔다.
‘박열’의 연기가 어려운 이유. 일본어 대사가 많다는 것도 그랬다. “일본어로 대사하는 게 많아서 팔로 듣고 연습을 했다. 대사가 워낙 많아서 힘들었다. 한번은 꿈을 꿨다. 대사를 완벽하게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하나도 기억이 안 나더라. 깨서 엄청 울었다”고 털어놨다. 그의 노력과 심적인 부담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부담감을 떨치기 위해 그보다 더 큰 노력을 쏟아 박열을 완성한 이제훈. 그의 연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부담감과 두려움. 하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할 인물 ‘박열’을 연기한다는 건 그에게 둘도 없는 영광이다. 이제훈은 “지금까지 살아온 배우의 인생, 앞으로 살아갈 배우 인생에서 이런 인물을 만날 수 있을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그래서 올곧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 작품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뭉클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스타가 아닌 배우 이제훈이다. ‘박열’에 임하는 그의 태도는 그랬다. 잊혀진 영웅 박열을 위해, 자신을 선택한 이준익 감독을 위해, 영화를 보는 관객을 위해, 그리고 연기를 하는 자기 자신을 위해. 더할 수 없는 노력을 쏟은 이제훈.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통해 ‘박열’에서의 인생 연기가 엿보였다.
김가영 기자 kky1209@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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