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어쨌거나 사과는 했다. 다음은 책임의 차례 아닐까.
배우 오달수가 지난달 28일 성추행 의혹을 드디어 인정했다. 시작은 2월 15일이었다. 오달수는 ‘미투 운동(#Me Too, 나도 당했다)’ 관련 기사의 댓글로 먼저 언급됐다. 그리고 2월 21일 기사화됐다.
오달수는 이틀 뒤, 입을 열었다. 억울함을 토로하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 멘트는 오래가지 못했다. 연극배우 엄지영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오달수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것. 실명 공개까지 감내했다.
오달수는 더 이상 귀를 막지 못했다. “최근 일어난 일련에 일들은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많은 분들께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을 다해 사과드립니다”라고 사과문을 고쳐 썼다.
오달수는 “그런 적이 결코 없다고 입장을 밝힌 점 어떤 비난이라도 감수하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라며, 한 피해자에게는 “25년 전 잠시나마 연애 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점이든 제가 상처를 드린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고 강조했다. ‘연애감정’ 등 일방적인 입장의 단어로 인해, 일각에서는 알맹이가 빠진 사과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피해자들 입장은 어떨까. 엄지영과 또 다른 피해자는 “변명으로 보이지만, 그나마 사과를 받은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사과는 마무리했지만, 어쩌면 논란은 이제 시작이다. 그가 출연하기로 한 작품들이 남았기 때문. tvN ‘나의 아저씨’를 비롯해 영화 ‘이웃사촌’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컨트롤’ ‘신과 함께2’까지 차기작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
‘나의 아저씨’의 경우 하차를 결정했다. ‘신과 함께2’ 측은 통편집과 대체할 배우를 섭외해 재촬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명 ‘천만 요정’이라 불리던 오달수가, 흥행 보증수표가 아닌 부도수표가 된 셈.
오달수는 자타공인 베테랑 배우였다. 잔뼈 굵은 연기력은 물론, 톡톡 튀는 감초 연기로 신스틸러 계의 명배우로 통했다. 스스로가 거둔 결말이었을까. 그는 촬영 일정을 포함해 작품 이미지에도 큰 손상을 입혔다. 소송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침묵으로, 변명으로, 오달수는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배우의 자존심을 포기한 순간이기도 했다. 오달수는 배우로서의 책임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그전에, 우선순위부터 생각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한 만큼,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의 방식을 약속한 만큼, 이것부터 지켜야 한다. 이게 바로 사과문에서 빠진 진정성을 지킬 유일한 길이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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