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얼굴부터 심상치 않았다. 목소리도 평소와 달랐다. 웃는 얼굴이었지만, 애쓰는 흔적이 역력했다. 관객과 약속을 어길 수 없는, 백지영은 힘겹게 무대에 올랐다. 노래를 불렀지만, 그건 백지영이 토해낸 한숨이었다.
백지영은 지난 10일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예정대로 단독 콘서트 ‘2018 백지영 콘서트-WELCOME-BAEK’을 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투어 일환으로 오후 3시와 7시, 2회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은 차질 없이 백지영에 의해 진행됐다. 백지영은 심경을 고백하고, 그러면서 울고, 다시 웃었고, 씩씩하게 춤도 췄다. 혹여나 자신 때문에 공연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누군가 있을까, 세심하게 배려했다.
백지영은 이전 콘서트와 다름없이 진두지휘했다. 애절함의 농도는 더 짙어졌다. 설마 가능할까 우려됐던 댄스 레퍼토리도 열정적으로 해냈다. 소속사 후배 마이틴 멤버들과 듀엣 무대도 차례로 순조롭게 주도했다. 과연 공연 하루 전 큰 충격을 받은 백지영이 맞나, 싶을 정도로 프로페셔널했다.
오프닝 무대에서 백지영은 자신의 남편 정석원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체포된 것을 언급, 대신 사죄했다. 남편 정석원의 잘못으로 고개숙인 백지영이 아파하자, 객석에도 울음이 옮았다.
“이번 일로 결혼식 당시 혼인서약을 떠올렸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하거나, 그렇지 않을 때나, 가난할 때나 항상 남편과 함께 하겠다. 저는 정석원의 아내, 부인, 동반자, 내조자로 함께 반성하겠다.”
앙코르 무대로 준비한 관객 이벤트를 마친 백지영은 오열했다. 그리고 마음을 다시 한 번 추스렀다.
“제가 올해 20년이 됐다. 그에 맞는 무게, 존재감, 인성을 가진 가수가 되도록 정말 노력하는 백지영이 되겠다. 제가 객석을 찾아갔는데 정말 응원해주신다는 걸 느꼈다. 잡아주신 손과 보내주신 응원을 잊지 않겠다. 제가 절대 변할 수 없는 건 가수 백지영과 정석원의 아내라는 거다. 앞으로 좋은 부부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무대 위 오르기 전까지 백지영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단단하게 마음을 다잡았을까. 그렇게 관객 앞에서 선 백지영은 무너져 내리지 않고 공연을 마쳤다. 결혼 전 ‘센언니’로 불렸던 백지영은 결혼 후 누구보다 ‘강한여자’가 됐다. 이와중에 혼인서약을 마음에 되새기다니. 쉽게 예상하지 못한 다짐이었다.
그동안 정석원은 단순히 백지영보다 나이만 9살 덜 먹었다고 여겼다. 나이는 어리지만, 백지영의 듬직한 남편이라 비쳐졌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정석원을 다시 보게 됐다. 아직 돌맞이도 하지 않은 딸과 전국투어를 이끌고 있는 아내를 두고도 저멀리 호주에서 호기심이 발동한 남자. 백지영보다 어려도, 한참 어린 남편 정석원이다. 그러니 데뷔 10년에도 ‘백지영 남편’ 수식어를 벗어나지 못하겠지.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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