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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고현정, 네 시간 지각해도 뭐라 할 사람 없었다”

김지현 기자 조회수  

[TV리포트=김지현 기자] 한창 방영 중인 드라마 주인공이 중도 하차했다.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는데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여졌는지 제대로 밝히는 이는 없다. 선뜻 총대를 메기가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제작진은 왜 시청률 보장 배우, 캐스팅 0순위 배우인 고현정을 내치고 굳이 대타 배우를 찾게 된 것일까.

SBS 수목드라마 ‘리턴’의 주동민 PD와 주인공 고현정과의 갈등이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두 자리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공 행진했지만, 속은 곪아 있었다. 애초부터 소문이 흉흉했다. 캐스팅 문제부터 전개, 연출 등 고현정과 제작진의 갈등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현장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하지만 사건의 당사자들인 고현정과 SBS, 제작사 관계자들은 갈등의 이유와 원인에 대해 밝히기를 꺼려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라 피해가 크고, 말해봤자 제 얼굴에 침 뱉기인 탓이다. 결국 진실은 현장에 있을 것이다. ‘리턴’에 출연 중인 주조연진 측근들과 스태프에게 이번 사태의 전말을 물었다.

다음은 ‘리턴’에 출연 중인 배우 A측의 이야기다.

“고현정은 방영 초반에 오히려 대본에 쓰여진 것 보다 분량이 더 많이 나왔어요. 제작진이 일부러 분량을 줄인 건 아니에요. 배우(고현정)도 애초 시나리오를 다 읽고 출연한 것이니까 분량에만 불만을 품은 건 아닐거에요”

알려진 것 처럼 분량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애초 ‘리턴’의 대본은 8회까지 나와있었다. 고현정은 합류를 결정하기 전 시나리오를 통해 자신의 분량을 미리 검토했다. 고현정이 맡은 주인공 최자혜 역은 반전의 키를 쥔 인물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존재감이 커진다. 고현정과 같은 A급 배우를 섭외하려면 시나리오의 큰 그림을 모두 설명해줘야 한다. 방송 초반, 자신의 분량을 충분히 예상했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제작진과 고현정의 사이가 나빴던 건 아니다.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는 단계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고현정은 남자주인공으로 이진욱을 추천했지만 제작진은 반대했다. 성스캔들에 연루된 배우에게 정의감 넘치는 캐릭터를 맡기기엔 부담이 크다는 이유였다. 고현정은 끝까지 이진욱을 원했고, 제작진은 받아들였다. 물론 A급 스타가 상대 배우의 캐스팅에 관여하는 경우는 더러 있다. 그러나 엄밀히 캐스팅은 제작진의 영역이다. 고현정은 모두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끝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켰다. 그 만큼 고현정의 권한은 컸다.

촬영이 시작되자 고현정은 시나리오와 연출을 맘에 들지 않아했다고 한다. 주동민 PD에게 수정을 요구했다. ‘리턴’은 악역 4인방을 비롯해 주변 인물들의 비중이 큰 편이다. 애초 고현정이 읽은 시나리오도 그랬다. 수정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제작진이 설득에 나섰지만 고현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위 자신이 돋보일 수 있는 신을 원하며 시나리오 수정을 요구하고, 연출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길 바랐지만 고현정에 눈에 ‘리턴’은 불만족스럽기만 했다. 불만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졌고 결국 터져버렸다.

“한 번은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대기하고 있는데 고현정이 4시간이나 늦게 온 거에요. 누가 감히 고현정에게 잔소리를 할 수 있겠어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거죠. 다른 배우들에게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에요. 예를 들어 촬영이 11시에 시작이면 모두 그 보다 일찍 스탠바이인데 고현정은 2시쯤 왔어요”

지각은 시작에 불과했다. 고현정은 급기야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무려 4일이나. 그와 함께 하는 동료 배우들의 촬영은 미뤄졌다. 고현정을 기다리며 현장에 무한 대기하고 있던 스태프들 역시 철수해야 했다. 때문에 입원설이 돌기도 했다. 당시 이를 묻는 TV리포트에 고현정 측은 “내과에 잠시 갔을 뿐”이라며 “이유는 프라이버시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4일간 고현정은 집에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갑작스런 잠적이 입원설로 와전이 된 것이었다.

‘리턴’은 한 사람을 위한 드라마가 아니다. 고현정의 추천 덕에 어렵게 복귀한 이진욱이 있고 고현정과 한솥밥을 먹는 정은채와 악역 4인방(신성록, 봉태규, 박기웅, 윤종훈) 등이 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울상을 짓는 건 바로 이들이다. 오랜만에 작품을 통해 주목을 받게 됐지만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은 출연 배우 B측의 말이다.

“서로 터질게 터졌죠 뭐. 고현정이 후배들에게 PD에 대한 불만을 많이 얘기했고, 오디오 감독이 주동민 PD가 들을까 봐 마이크를 끄는 일도 있었어요 후배들은 눈치만 보죠 뭐. 주동민 PD는 끝까지 고현정에게 선배님이라고 불렀어요. 결국은 다퉜지만. 캐스팅 문제부터 시나리오 수정 문제까지 드라마에 대한 고현정의 불만이 커지면서 일이 터져버린 것 같아요. 다른 배우들은 드라마가 잘되서 모처럼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저 안타까울 뿐이에요”

결국 고현정과 제작진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말싸움을 하다 고현정이 주동민 PD에게 욕설과 발길질을 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많은 현장 관계자들이 이를 목격했다. 고현정이 너무 흥분해서 스태프들이 말려야 할 정도였다. 제작진은 대화를 포기했고, SBS는 고현정에게 하차를 통보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네티즌과 시청자가 고현정의 편에 섰다. 고현정은 논란 후 침묵을 지키다가 하차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SBS의 통보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왜 제작진이 금전적 손해와 대타 배우 섭외라는 핸디캡을 감수하면서까지 주인공을 교체해야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타 드라마 제작사도 이번 사태에 주목하고 있다. 한 제작사 국장은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어떤 본보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모든 제작사가 관심을 갖는 사건이에요. 물론 고현정이 대단한 배우이긴 하죠. 감독과 작가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배우인데 제작사는 더 힘들죠. 제작사들이 힘을 합쳐 제재를 하고 싶어도 편성권을 가진 방송사가 내버려두면, 제작사는 또 섭외에 들어갈 수 밖에없어요. 이런 문제는 방송사, 제작사가 모두힘을 합쳐야 해요. 비단 고현정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 사건일 수도 있거든요”

이번 일로 고현정도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중도하차는 그의 커리어에 흡집을 내는 일이다. 문제는 고현정이 출연하는 작품은 유독 제작진 교체가 많았다는 점이다. 2010년 SBS ‘대물’ 방영 당시 오종록 PD가 중도 하차한 바 있다. 영화 ‘미스고 프로젝트’ 때도 감독이 교체됐다. 고현정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그의 첫 예능 ‘고쇼’ 당시에도 첫 PD가 3주만에 하차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고현정에게 묻고 싶다, 정말 모든 게 우연이었는지.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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