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가영 기자] 한마디로 황당하다. KBS2 ‘흑기사’가 용두사미 전개로 실망을 안겼다. 초반의 그 신선함은 어디로 갔을까. 그럼에도 빛난 배우들의 존재감에 박수를 보낸다.
지난 8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흑기사’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위험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정파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적어도 극 초반엔 그랬다.
슬로베니아에서 만난 문수호(김래원)와 정해라(신세경). 흙수저 정해라의 안타까운 현실에 나타난 꿈 같은 남자 문수호가 그의 ‘흑기사’ 노릇을 하며 설렘을 안겼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이런 설렘이 사라졌다. 두 사람의 러브라인 보다는 200년을 살아온 샤론(서지혜), 장백희(장미희)의 초능력 대잔치에 초점이 맞춰졌다.
결말 역시 당혹스러웠다.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샤론은 갑작스럽게 불에 타 소멸했고 문수호(김래원)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 영생을 얻게 됐다. 정해라는 문수호 곁에서 혼자 늙다 결국 죽음을 맞았다. 그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결말이다.
하지만 이런 전개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빛났다. 김래원은 역시 ‘멜로 장인’이었다. 중저음의 목소리와 깊은 눈빛으로 매회 열연을 펼쳤다. ‘흑기사’에서도 그의 존재감이 빛났다.
신세경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부잣집 외동딸에서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악착같이 살아가는 정해라를 그만의 매력으로 표현했다. 특히 어떤 상황에서도 밝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정해라의 매력을 잘 드러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서지혜 또한 ‘역대급 악녀’를 만들어냈다. 전생에서부터 시작된, 200년 묵은 악녀의 연기를 차별화된 모습으로 표현해내며 호평을 받았다.
용두사미 전개에도 빛난 배우들의 열연. ‘흑기사’가 최고시청률 13.9%로 종영할 수 있었던 이유다.
김가영 기자 kky1209@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DB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