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할머니가 무슨 여우주연상이야”
배우 나문희가 지난 27일 오후 열린 제1회 ‘더 서울어워즈’에서 영화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로 영화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배우 인생 56년 만의 첫 여우주연상 트로피다.
나문희는 무대에 올라 “감독이 이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을 것이라고 하더라. 그때 나는 할머니가 무슨 여우주연상이냐고 했다. 아마 할머니로서 후배들에게 피해를 줬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카메라 앞에만 서면 욕심이 나 염치 불구하고 연기했다”고 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아이 캔 스피크’는 민원왕 옥분이라는 할머니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그리는 작품. 여성이 오롯이, 그것도 여든을 앞둔 할머니 캐릭터가 상업영화를 이끄는 흔치 않은 영화였다. 시사회 전만 해도 대중과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공개되자 위안부 아픔을 유쾌하고 기발하게 비튼 감독의 태도와 나문희의 명불허전 연기에 325만 관객이 움직였다. 얄밉다가도 소녀처럼 귀엽고, 결국엔 “증언하겠습니다(I Can Speak)”라고 당당히 나서는 옥분의 모습은 최근 십수년간의 한국영화에서 가장 아름답고 뭉클한 순간이었다.
나문희는 수상소감 말미 “나이 77세에도 여우주연상을 탄 제가 있으니 후배들에게 좋은 희망이 될 것 같다. 여러분들은 80세에도 대상을 타시라”라고 전해 객석에서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이제훈은 나문희에 대해 “삶 자체가 연기, 연기 자체가 삶인 분이다. 카메라 밖에서의 모습도 무척이나 존경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결코 늦은 것은 아니라는 것. 매순간 진심과 최선의 태도로 살면 언젠가 빛을 발한다는 것을 나문희는 56년의 연기 인생으로 증명해 보였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및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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