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역을 넘어 카리스마 빛났던 故 김영애
[TV리포트=김지현 기자] 배우 김영애가 9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66세.
유족 측에 따르면 지난해 재발한 췌장암으로 투병해 온 김영애는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지만, 최근 상태가 악화해 결국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눈을 감았다.
1970년 MBC 공채 3기 탤런트로 선발돼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김영애는 50년 가까운 연기 경력을 쌓았다.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만 해도 200여 편. 젊은 시절엔 여주인공을 도맡았다. 1978년 MBC 주말 연속극 ‘청춘의 덫’에서 사랑에 솔직한 노영주로 등장한 김영애는 세련된 여성상으로 주목받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캐릭터도 나이를 들었지만 기존의 중년 배우들과 달리 고인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었다. 단순히 희생하는 어머니에만 머물지 않았다. 짧은 출연이지만 존재감을 드러낸 SBS 드라마 ‘모래시계’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김영애는 주인공 태수(최민수)의 어머니로 등장해 모성애를 불러일으켰다.
1999년 SBS 주말극장 ‘파도’에서는 자식밖에 모르고 산 억척스러운 어머니로 분한 그녀는 중년인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에 설레면서도 자식의 눈치를 살피느라 괴로워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안타까운 어머니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고인은 이 작품으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카리스마를 지닌 여인이기도 했다 2006년 KBS2 드라마 ‘황진이’에서 기생의 수장으로 등장했다. 김영애 특유의 카리스마는 ‘로열패밀리’ ‘해를 품은 달’ ‘마녀보감’ ‘닥터스’,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판도라’로 이어졌다.
고인은 올해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촬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췌장암 재발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은 시청자와 약속한대로 드라마를 어떻게든 끝까지 마치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김영애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상당한 의욕과 애정을 드러냈다. 하차 대신 마지막까지 함께 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
2012년 췌장암 수술을 받은 김영애는 완치 판정을 받고 왕성한 연기 활동을 벌여왔다. 하지만 췌장암은 김영애의 연기를 향한 의지를 막지 못했다. 2012년 대수술을 받았지만 곧바로 복귀했고 영화 ‘변호인’을 시작으로 ‘카트’,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까지 다양한 장르 영화로 관객을 만나왔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11일, 장지는 분당 메모리얼 파크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故 김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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