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누군가는 혀를 차고, 누군가는 이해된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시청하면 불편한, 그래서 자꾸 대화가 이어지는 즐거운 드라마다. 안방에 신구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일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이하 ‘아이해’) 20회에서는 정환(류수영)과 혜영(이유리)이 동거 중이라는 사실을 양가 부모에게 들키는 모습이 그려졌다. 부모는 “믿기지 않는다”며 크게 분노했고 갈등은 깊어졌다.
자녀의 동거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 영실(김해숙)과 한수(김영철)는 집안의 자랑이었던, 누구 보다 좋은 곳으로 시집을 보내고 싶었던 딸이 결혼 계획도 없이 남자친구와 동거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연애를 왜 동거로 해야하는 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눈치였다. 딸의 설득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정환의 어머니 복녀(송옥숙)도 마찬가지. 복녀 역시 동거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어머니였다. 그는 아들의 삶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며 분노했다.
‘동거는 악’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정환과 혜영의 해명이 통할 리 없다.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두 사람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지만 소용 없었다. 이들의 갈등은 결국 싸움으로 번졌고, 두 커플은 사랑을 다짐하면서도 불안해 했다.
정환과 혜영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엇갈린다. 2,30대 젊은 시청자들은 동거를 선택의 자유라고 여기며, 부모의 반대에도 사랑을 지키기 바란다는 의견들이 대다수다. 시대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반면 4,50대 중장년층들은 동거 자체를 비도덕적이고, 잘못된 것으로 인식하기에 두 커플의 행보에 반대하고 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나쁜 것은 나쁜 것’이라는 보수적인 인상이 강하다.
‘아이해’는 토·일요일 주말, 안방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자연스럽게 동거라는 소재에 서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된다. 모처럼 드라마를 보면서 부모님과 대화할 수 있는 소재의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대결로 보이지만 결국 소통으로 이어지는 안방의 신구 대화야 말로 ‘아이해’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아닐까. 지난 주말, 혹시 부모와 자녀와 논쟁을 벌이지는 않았는가. 막장이 넘쳤던 안방 주말극, 모처럼 대화할 수 있는 드라마가 탄생했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KBS2 ‘아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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