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영정 속 엄마는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배우 고(故) 김영애는 가족과 배우 동료 및 후배들의 눈물 속에 홀로 먼 길을 떠났다.
김영애의 영결식이 11일 오전 11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김영애는 지난 9일 오전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사인은 췌장암에 따른 합병증이었다.
김영애의 영결식에는 임현식 나영희 이성미 윤유선 오달수 염정아 등 많은 선·후배 배우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6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김영애의 삶을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쏟았다.
김영애는 1970년 MBC 공채 3기 탤런트로 데뷔, 굵직한 드라마의 주연을 맡으며 안방극장을 주름잡았다. 2002년엔 황토팩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사업가로도 변신했지만, 2007년 고발 프로그램의 보도로 이내 실패를 맛본다.
무너진 김영애를 다시 일으킨 건 연기였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었다. 자애로운 엄마, 할머니, 카리스마 갖춘 회장님 등 대체 불가한 ‘김영애 표’ 캐릭터가 완성됐다. 김영애의 연기 열정은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김영애는 암 투병 사실도 숨긴 채 허리를 졸라매며 작품에 몰두했다.
췌장암이 재발돼 죽음의 공포가 밀려왔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유작이 된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촬영 당시,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도 외출증을 끊어가며 연기 열정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할 때만큼은 진통제를 맞지 않고 고통과 싸웠다.
연기 인생 47년, 세상을 떠나면서도 여배우로서의 집념을 놓지 않은 김영애. 그녀의 열정과 정신력에 많은 후배가 감동했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2009년 영화 ‘애자’에서 모녀지간으로 호흡한 최강희는 “엄마 천국 어때요? 나도 엄마 안 아파서 좋아요. 얼마나 예쁘게 계실까 폭 그렇게 사랑스럽게 거기서. 천국시간은 정말 눈 한 번 깜빡하면 저도 거기 있을 것 같아요. 거긴 고통이 없으니까. 보고 싶다. 나는 늘 보고 싶기만 했으니까. 보고 싶어요. 어제도 내일도. 아주 금방 만나요. 사랑해요”라며 자신의 SNS에 그리움을 가득 적어 올렸다.
라미란은 소속사를 통해 “슬픈 마음을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까지 연기 투혼을 다하셨던 그 모습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 명의 연기자로서 선배님께서 보여주신 그 열정은 앞으로도 저희에게 큰 귀감이 될 것입니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박은혜도 자신의 SNS에 “‘난 누구의 엄마보단 배우였다’ 나는 뭘로 남게 될까, 뭘로 기억되어야 하나. 갑자기 두려워지는 이유가 뭘까. 김영애 선생님을 비롯한 수많은 여자 연기자 선생님들이 훌륭한 연기를 하시면서도 없는 시간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자식도 잘 키우신 것 같은데,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존경스럽다. 나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은 하루. 김영애 선생님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다짐의 글을 올렸다.
SBS ‘닥터스’에서 할머니와 딸로 호흡한 박신혜는 해외에서 급하게 빈소를 찾아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맞닥뜨린 이별은 견디기 힘든 외로움이었다. 이밖에 조PD, 이미도, 주영훈, 조민기 등 많은 스타가 김영애의 죽음을 슬퍼했다.
고인의 시신은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메모리얼파크에 안치됐다. 영면에 들어간 김영애, 그녀는 모두의 엄마였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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