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잠깐만요”
故 마이클 잭슨 내한 이후로 최대 관객이 운집한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 내한 콘서트 현장에는 돌연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어리둥절했다. 음향에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피아노 반주와 함께 ‘옐로우(yellow)’를 부르던 그는 동료들의 연주를 멈추더니 10만명 관객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4월 16일. 오늘이 여러 분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날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 모두 10초간 침묵해 주세요”
이 날은 콜드플레이의 두 번째 공연 날이자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지 3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메인 스크린에는 노란 리본 세 개가 떠올랐다. 수 만명의 관객이 어떤 소음도 내지 않고 일동 침묵을 지켰다. 감동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10초 후 크리스 마틴은 다시 ‘옐로우’를 열창했다. 이 곡은 콜드플레이의 1집 앨범 ‘Parachutes’에 수록된 곡이다. 유명한 넘버지만 이 날 만큼은 다르게 들렸다. “저 별들을 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어. 당신이 하는 일들은 그래 모두 노란색이었지. 나는 함께 하며 당신을 위한 노래를 썼어. 당신이 하는 일들 전부 ‘노란색’이라 이름지었어. 당신은 알까. 내가 이렇게도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후렴구에 이르자 노란색 불빛이 쏟아졌다. 자일로 밴드도 노란색이 됐다. 수 만명의 군중이 스스로 ‘옐로우’가 됐다. 누군가는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관객들은 오프닝 때 보다 더욱 뜨겁게 소리를 지르며 이들에게 화답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콜드플레이지만 이들의 노래는 한국에서 더 특별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앞서 크리스 마틴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족을 잃은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yellow’와 ‘fix you’는 한줄기 빛처럼 힐링되는 선물이다.
콜드플레이를 슈퍼밴드로 만들어 준 ‘viva la vida’ 역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프랑스 혁명을 소재로 한 들라크루아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곡은 권력을 잃은 왕에 대한 노래다. 부패한 권력자를 자리에서 내리고, 혁명을 일으키는 민중에 대한 노래이기도 하다. 드러머인 윌 챔피언은 이 곡에 한국에서 ‘탄핵 찬가곡’으로 쓰인 것에 대해 “영광”이라고 말했다.
15일부터 16일까지 양일간 마법같은 시간을 선사한 콜드플레이. 17년 동안 오매불망 내한을 기다린 팬들에게는 긴 시간이었지만, 어지러운 시국 속 한국이 상처투성일 때 찾은 이들의 등장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다가온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현대카드 제공,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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