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조혜련 기자] 사건사고로 바람 잘 날 없는 연예계라지만 2018년은 시작부터 끔찍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정치, 문화·예술계를 넘어 연예계까지 번진 것. 영화, 드라마로 만났던 배우와 감독이, 시청자들에게 익숙했던 연예인의 얼굴은 시사 프로그램, 뉴스 채널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TV리포트 기자 12명 가운데 5명은 배우 조재현을 ‘2018년 최악의 미투’로 꼽았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뛰어난 연기력으로 인정받아온 배우였지만 하나 둘 밝혀지는 그의 민낯은 기자까지 경악게 만든 것.
폭로가 시작될 당시 조재현은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수많은 피해자들의 증언이 쏟아졌고, 그제야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일부’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출연 중이던 tvN 드라마 ‘크로스’에서 하차했고, 자신의 소유인 연극 제작사 수현재컴퍼니를 폐업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사이에 그를 향해 쏟아진 ‘미투’에 많은 이들은 혀를 내둘렀다. 이 같은 상황에도 반성보다 처신에 급급한 조재현의 태도에 대중은 분노했다.
그뿐만 아니라 조재현은 지난 10월에는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3억 원대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최근 진행된 첫 변론기일에 조재현 측은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며 합의할 뜻이 없음을 전했다.
조재현을 페르소나로 그와 오랜 시간 영화 작업을 했던 김기덕 감독도 ‘최악의 미투’에서 빠지지 않았다. 과거 여배우들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지난 3월 방송된 MBC ‘PD수첩’에는 김기덕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증언이 줄을 이었고, 결국 국내 개봉을 준비 중이던 그의 영화 스케줄은 올 스톱 됐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은 지난 11월 중순까지 카자흐스탄 유명 휴양지에서 영화를 촬영했다고 알려져 다시 한 번 공분을 샀다. 김기덕 감독 관련 미투 사건이 이곳까지 알려지지는 않았다고.
뿐만 아니라 지난해 자신을 강제추행치상 등의 혐의로 고소했던 여배우 A씨의 사건이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자 김 감독은 지난 6월, A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해 현재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자신을 향해 피해를 주장하며 ‘PD수첩’과 인터뷰를 진행했던 여배우와 ‘PD수첩’을 명예 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2월, 배우 故조민기는 교수로 재직 중 학생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추행을 해 학교 측으로부터 교수직을 박탈당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던 조민기는 계속되는 피해자의 등장에 “모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후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고,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조민기는 경찰 조사를 이틀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긴 무명생활 끝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까지 론칭 했던 김생민도 미투 가해자로 지목됐다. 과거 방송 스태프를 성추행했고, 미투 운동이 거세진 2018년 3월에서야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했다는 것. 김생민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고, 출연 중이던 12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뜨거운 ‘미투’ 바람이 한차례 분 뒤, 세상은 달라졌다. 연예계 전반적으로 ‘조심’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너도 나도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미투 운동’과 함께 변화하기 시작한 연예계, 또다시 ‘최악’의 소식이 들려오지 않길 바란다.
조혜련 기자 kuming@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조재현, 김기덕, 조민기, 김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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