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 tvN의 ‘윤식당’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산 중국 후난TV ‘중찬팅’ 2회(7월 29일 방영)가 중국 주요 도시 시청률 2.2%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첫 방송 1%대 시청률에서 2%대로 뛰어올랐다. 비교적 ‘성공적’인 수치다.
중국판 ‘쇼 미 더 머니’로 오해받을 정도로 똑같은 콘셉트의 래퍼 서바이벌 오디션인 중국 아이치이의 ‘랩 오브 차이나’는 아이치이에서 6회 방영돼 10억 뷰를 돌파했다. 화제성도 뜨겁다.
한국에서 이미 방영된 프로그램의 콘셉트와 흡사한 두 예능을 향한 중국 현지의 시선은 어떨까? 표절 의혹을 받는 프로그램인지도 모르고 “재미있다”고 좋아하던 옛날의 중국은 분명 아니다. 인터넷이 발달한 만큼 중국 네티즌도 발 빠르다. ‘중찬팅’이 어디에서 비롯된 프로그램인지는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표절 혹은 도용의 의혹이 있다는 걸 안 뒤, 해당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선은 어떨까?
# 시청률 1위, 화제성 최고, 잘만 되면 OK?
중식당이라는 뜻의 ‘중찬팅’, 중국 최대 위성방송사인 후난TV가 새로이 론칭한 방송인 만큼 첫 방영부터 화제였다. 1회는 1%대 시청률에 그쳤지만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고, 2회는 동시간대 1위에 시청률 2% 돌파를 이뤘다. 중국에서는 보통 주요도시 시청률 1%가 넘으면 중박, 2%가 넘으면 대박으로 평가한다.
후난TV의 ‘중찬팅’은 예능에 잘 출연하지 않는 톱스타의 합류 타국에 식당 건물을 신축할 정도의 아낌없는 물량공세 등을 미루어 성공은 사실상 예정된 결과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청률과 화제성에 한몫한 건 ‘중찬팅’이 tvN ‘윤식당’과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제작 발표와 함께 콘셉트가 비슷하다는 의혹을 받았던 게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냈다. 한국에 이미 흡사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인즉 한국의 포맷을 어느 정도 가져왔다는 의미고, 재미는 어느 정도 보장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 표절이든 도용이든, 짝퉁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잘되면 그만이다. 어차피 법적으로 표절 여부를 가릴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우선 베끼고 본다는 심사일 것이다. 일단, 표절 사례를 바라보는 방송가의 시선은 이렇다.
# “또 표절이야? 창피하다”
표절 의혹을 감싸려는 현지 언론의 노력은 눈물겹다. 한 중국 매체는 ‘윤식당’과 ‘중찬팅’의 다른 점을 강조하며 ‘중찬팅’이 ‘윤식당’을 표절한 게 아닌 참고한 것이라는 옹호 기사를 내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보이는 중국 네티즌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자국 예능계에 만연한 포맷 구입과 표절에 넌더리가 난 듯하다.
지난 수년 동안, ‘아빠 어디 가’ ‘나는 가수다’ ‘복면가왕’ ‘꽃보다 누나’ ‘런닝맨’ ‘우리 결혼했어요’ ‘진짜 사나이’ 등 국내 인기 예능 프로그램 포맷이 중국에서 리메이크됐고, 성공을 거뒀다. 리메이크판들 모두 “한국에서 인기를 끈 예능 프로그램의 정식 중국판”이라고 언론 플레이를 했다. 그리고 대체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한국 포맷은 성공한다”는 공식과 함께 ‘한국식’이 지겨워진 네티즌 사이에서 반감도 천천히 싹텄다.
그런 가운데 사드로 포맷 구입 판로가 막히자 “한국의 OOO”라는 노골적인 홍보는 힘들어졌고, 시즌제로 방영 중인 일부 리메이크판은 한국의 그림자를 지우려 제목을 바꾸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현지 예능계의 ‘한국식’은 살아있었다. 유감인 건 표절로 ‘한국식’을 연명해왔다는 점. SBS ‘판타스틱 듀오’ ‘영재발굴단’ ‘신의 목소리’,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 ‘쇼 미 더 머니’ , tvN ‘삼시세끼’ ‘윤식당’ 등 프로그램이 콘셉트 도용 의혹을 받았다.
중국의 젊은 시청자, 네티즌은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한국에서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 중국 현지에서도 기사화됐기 때문. 부정적인 의견이 줄을 이었고, 현재도 그렇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또 한국 예능이다”와 “왜 사서 쓰지 않는가”다. 대체로 창피하고 지겹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28일, 중국 소후연예는 “중국 예능계에서 상상력은 요람에서 말살 당한다. 중국 제작사들이 아이디어를 제안해도 방송사와 투자자들은 고려도 않는다. 그런데 한국 걸 가져가면 효과도 좋고, 제안을 하면 쉽게 밀어붙일 수 있다”고 표절 사례가 잦은 이유를 진단했다.
표절에 대한 중국 젊은 시청자의 비난이 쏟아지든 말든, “한국 스타일이면 중간은 간다”는 의식이 팽배한 이상 비슷한 피해 사례는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후난TV ‘향왕적생활’, ‘중찬팅’ ‘아상화니창’, SBS ‘판타스틱 듀오’, 아이치이 ‘랩 오브 차이나’, 엠넷 ‘쇼 미 더 머니’, tvN ‘윤식당’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