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 또 하나의 표절 사례가 등장할 예정이다. 기획 단계인 중국 아이치이 오디션 프로그램 ‘우상진화론’이다. 엠넷 ‘프로듀스 101’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윤식당’ ‘쇼미더머니’와 유사한 프로그램 ‘중찬팅’ ‘랩 오브 차이나’가 방송됐다. 초반 표절 논란이 일었지만 결국 시청률과 화제성에서는 성공적이었다. 다음은 ‘우상진화론’ 차례다.
‘우상진화론’을 만드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는 ‘랩 오브 차이나’를 만든 인터넷 방송사다. 무대 디자인과 대결 룰, 심지어 로고까지 비슷한 데다 한국 노래 표절까지 들켜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연일 참가자 관련 뉴스가 쏟아지며 최고의 화제성을 누렸다.
‘우상진화론’이 내놓은 콘셉트도 ‘프로듀스 101’와 지나치게 흡사하다. 파스텔톤 삼각형으로 만든 프로그램 고유의 배경 이미지를 베낀 것은 물론, 각 소속사의 남자 연습생을 모아 순위를 매긴 뒤 상위 11명을 중국 최고 소속사의 남자 아이돌로 데뷔시킨다는 포맷도 똑같다. 101명이 아닌 111명이라는 점만 다르다.
불행 중 다행으로 현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텐센트연예는 질타를 감수하면서까지 한국 예능을 표절하는 이유는 “정말 재미있어서”라고 솔직한 진단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아이치이 ‘우상진화론’의 노골적인 표절을 꼬집었다. 매체에 따르면 ‘우상진화론’ 측은 이 포맷을 직접 만들어낸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심지어 제작진 측이 맹목적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초반 기획 단계에서 욕을 먹고 방송이 시작되면 결국 시청률에서 승리하는 패턴이 반복될 조짐이다. 표절은 쉬운 길이다. 감히 끊을 수 없는 유혹이다.
이에 매체는 표절이 판치는 지금의 방송가보다 20여 년 전 재미있는 창작 프로그램이 많았던 때를 상기하라 지적했다. 지금보다 기술과 인력에 부족한 상황에서도 대중의 공감을 얻는 프로그램이 많았으며, 톱스타가 꼭 등장하지 않아도 괜찮았다는 것. 초심을 찾자는 목소리다.
물론 ‘우상진화론’ 논란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한국 네티즌의 댓글을 번역해 전달, 독자들을 자극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표절을 지양해야 한다는 골자다. 매체는 “성실하게 프로그램을 만드는 정신이 언젠가 전면적으로 부활해 비웃는 이들에게 시원한 한방을 날리기를 기대한다”고 기사를 마무리했다.
한류 붐이 일었던 지난 몇 년 만에 한국산 예능이 중국 예능계를 장악해버렸고, 사드로 인한 문화적 교류 중단은 결국 무분별한 표절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책적 대처만큼이나 중국 방송가의 개선 의지도 필요하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엠넷, tvN, 아이치이, 후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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