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배우는 연기를 하고, 감독은 연출을 한다. 각자 맡은 바를 성실하게 해내면 된다. 시너지를 위해 서로에게 조언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영역 침범은 안된다. 그때부턴 월권이다. 그것도 일방적이면 갑질이 된다.
배우 고현정을 통해 정녕 갑을시대와 마주하는 걸까. 고현정은 지난 7일부로 SBS 수목드라마 ‘리턴’에서 하차했다. 아니, 하차 통보를 받았다. 고현정은 ‘리턴’ 총 연출을 맡고 있는 주동민 PD와 갈등을 빚었다. 언쟁으로 시작된 둘 사이 문제는 결국 폭행으로 치달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고현정과 주동민 PD의 불화는 진작부터 감지됐다. 함께 출연하고 있는 배우과 스태프들을 통해 잡음이 새어나왔다. 고현정은 각종 핑계로 빈번하게 촬영 거부를 일삼았다고 했다. 당연히 현장 분위기는 망가졌고, 끈끈한 팀워크는 기대할 수 조차 없었다.
그 내막에는 고현정의 불만이 있었다. ‘리턴’ 캐릭터와 분량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고현정은 지속적으로 PD에 항의했다. 주동민 PD와 고현정은 이 문제로 다툼을 빚었고, 현장에는 언성이 오갔다. 급기야 배우가 PD를 가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PD가 배우에게 맞았으니, 함께 작업할 수 없겠지. 어디 상상이나 했겠나. 수많은 제작진과 배우, 스태프들 앞에서 폭행당할 줄이야.
고현정 측도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 한밤 중에 하차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PD의 폭행 부분에 언급하진 않았다. 제작진과의 간극을 좁힐 수 없어, 하차하겠다고 했다. 고현정과 그 회사는 ‘리턴’ 측, 더 크게 SBS 측에 화가 났을 수 있다. 주인공의 뜻을 제대로 받아주지 않은 원망이었겠다.
더불어 함께 출연하고 있는 배우 정은채의 행보도 문제다. 정은채는 고현정의 회사 아이오케이 소속이다. 고현정이 하차 통보를 받은 이상, 정은채가 ‘리턴’에 남기도 참 애매하다.
드라마 총 책임권한자는 PD다. 아무리 주인공 입지가 탄탄하고, 분량이 엄청나고, 이름값이 화려한 톱스타라고 해도 PD를 넘어설 수 없다. 스토리 혹은 캐릭터에 대해 맡은 배우가 제작진과 논의는 할 수 있다. 충분히 다들 그렇게 진행하고 있다.
물론 연기를 하다보면, 불화가 날 수 있다.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수십, 수백 명이 함께 하는 작업에서 어떻게 하나로 의견이 일치할 수 있겠는가. 그러다보면 갈등도 싹트고, 화도 낼 수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합의 가능한 지점이 있다. 봉합할 수 있을 딱 거기까지만.
하지만 고현정은 넘어섰다. 이런 경우가 처음도 아니다. 과거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영화를 작업하면서 고현정은 제작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촬영을 거부했다. 일종의 시위였다. 내 뜻에 따라주지 않으면, 일하지 않겠다는 생 떼.
일각에서는 고현정을 이해하려는 시선도 따랐다. 오죽했으면, 고현정이 그랬겠냐는 두둔이었다. 이게 처음이었다면, 고현정은 보호받아야 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위로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고현정은 그동안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톱스타 고현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갑이었다.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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