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도둑이 제 발 저리다’. 익히 아는 속담이다. 지은 죄가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서, 어떤 식으로든 티가 난다는 뜻이다. 불현 듯 스쳤다. 승리 대신해 구구절절 해명한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양현석을 보면서 그랬다.
승리(이승현)가 숨어있다. 자신의 돈과 인맥을 쏟아 부어 만든 영업장이 이토록 두들겨 맞고 있는데도 나오지 않는다. 동시에 승리는 그룹 빅뱅의 이름값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네 멤버가 국방의무 중인 상태로 승리 홀로 빅뱅을 지켜야 할 판에 이 지경이다. 그러니 이쯤 되면 승리는 증발했다고 봐도 되겠지.
사건은 지난 1월 28일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점화됐다. 승리가 운영하는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당했다는 피해자의 인터뷰였다. 클럽 직원들의 폭력, 관할 경찰서와의 유착 등을 주장했다. 의혹은 클럽 내 마약투입, 매매, 성폭행으로 번졌다.
이게 과연 연예 카테고리에 들어갈 뉴스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해졌다. 그럼에도 일부 매체는 이번 사건은 정작 승리에게는 죄가 없다고 두둔했다. 마치 자취를 감춰버린 승리가 대신 입장을 내놓은 줄 착각할 정도로 옹호했다. 다행히도 그런 매체는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해당 기사를 접했는지, 용기를 얻은 모양이다. 일절 대꾸하지 않던 승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갑자기 나섰다. 그러나 승리가 아닌 양현석 대표였다. 이럴 때 일수록 공식입장은 간결하게, 팩트만 내놓아야 한다. 홍보 전문 인력들은 다 아는 건데, 양현석 대표는 이번에도 본인만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정말 많은 문장들이 뒤엉킨 공식입장이었다.
더 황당한 건, 양현석 대표는 사실전달 보다 감정호소에 중심을 뒀다. 예상치 못한 구설수라며 예고 없이 쏟아지는 맑은 하늘의 소나기에 비유했다. 느닷없이 시인감성이 폭발하셨는지 원.
어쨌든 양현석 대표가 해명한 부분을 압축하자면, 첫째 승리는 사건 당시에 3시간 차로 클럽에 없었다, 둘째 승리가 클럽 사내 이사를 급 해임한 건 군복무 예정자기 때문이다, 셋째 승리는이미 검사를 통해 마약 미투여를 인정받았다.
딱 여기까지다. 양현석 대표는 이번 공식입장을 내놓기 전에 상의는 한 걸까. 궁금한 대상의 초점이 빗나간 걸까, 일부러 엇나간 걸까. 설마 호도하려는 의도는 아니었겠지.
평소 양현석 대표는 여론을 굉장히 의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속원들을 통해 작은 것 하나까지도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알려진 상황. 그런 분이 언론과 대중이 궁금해 하는 게 무엇인지 이렇게나 몰랐을 리가.
이 와중에 양현석 대표는 버닝썬에 한 번도 가지 않았고, 승리는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으로 마약조사를 이미 받았다고 했다. 왜 굳이 밝혔을까. 제 발 저린 포인트라도 있던 걸까.
아, 맞다. 빅뱅의 또 다른 멤버 지드래곤(권지용)과 탑(최승현)은 이미 마약범으로 낙인 찍혀있구나.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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