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대상은 김생민이었지만, 분노는 대중의 몫이었다.
김생민은 지난 30일 방송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 평소 절약에 대한 가치관 등을 털어놓으며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김구라를 비롯한 MC들의 마음까지는 사로잡지 못했다. 이들은 김생민의 절약 습관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왜 그렇게 살아?, 제작진이 커피를 주니 신주단지 모시듯 좋아하던데“ 등 그의 일상 생활을 화두에 올린 것.
김생민은 “25년 동안 정말 작은 일을 했다”며 “그러려면 오전 5시 5분에 일어나야 한다. 여기 계신 분들은 스타니까, 그렇게 하기 힘들 것이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MC들은 “이상한 피해 의식이 있다”며 “우리도 3,4일씩 밤새며 촬영한다”고 반박했다.
김구라는 지적도 가했다. “그걸 알아야 한다”며 “‘출발 비디오 여행’을 23년 동안 하고 있다. 모든 방송인의 꿈 아니냐”고 받아쳤고, 김생민은 “내 한 달 출연료가 형 30분 출연료도 안 된다”고 해명했다. 김구라의 대답은, “내 출연료 봤냐”였다.
이는 즉각 시청자의 심기를 건드렸다. 방송 이후 ‘라디오스타’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구라를 포함한 MC들의 언행을 지적하는 글이 넘쳐났다. MC들이 김생민을 무시하고 면박 준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는 것. ‘라디오스타’ 측과 김생민이 해명까지 해야 했을 정도다.
‘라디오스타’ 측은 “불편하게 느낀 모든 분께 사과한다. 김생민 씨를 다시 모시겠다”고 사과했고, 이에 앞서 김생민은 자신이 물의를 일으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대중은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구라가 ‘말’을 조심해야 하는 스타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그의 트레이드마크 역시 ‘센 입담’이다. 독한 혀를 자랑하는 ‘라디오스타’의 경우 더욱 그렇다. 미루어 볼 때, 시청자가 뿔난 포인트도 이곳이 아니다.
김생민이 최근 서민을 대표하는 연예인으로 거듭났다는 점을 간과한 게 가장 큰 실수로 보인다. 김생민은 월급의 3분의 2 이상을 매달 저금해 온 통장 요정으로 유명하다. 이런 습관으로 17년 만에 10억이 넘는 돈을 모았다.
얼마 전부터는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을 통해 데뷔 이래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 콘텐츠는 지상파에까지 진출한 상황. 보통의 우리들이 공감할 현실과 절약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런 김생민의 노력이 ‘피해 의식’으로 점철됐다. 가족에게는 ‘그레잇’, 자신에게는 ‘스튜핏’ 소비를 하고 있다고 느끼는 김생민은, 우리들 자신이었다. 대중은 그래서 분노했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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