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기생충’, 기괴한데 웃기고 섬뜩한데 슬프다. 빈부격차가 빚어낸 충격이 칸영화제를 뜨겁게 달궜다.
21일 오후 10시(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 바른손이앤에이 제작) 공식 상영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 배우 송강호, 이선균, 최우식, 조여정,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 등으로 매작품 장르와 무대를 확장하며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10년 만의 한국어 영화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상징적이네”라는 대사처럼 ‘기생충’에는 수많은 은유가 등장한다. 이 메타포들은 직접적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낯설다. 인디언, 대만 카스테라, 수석(壽石), 모스부호, 반지하 냄새 등. 한국영화에서 익숙하게 등장하지 않던 상징들 사이로 빈부격차가 흘러나온다.
영화는 장남 기우가 박사장네 과외 선생으로 들어간 뒤, 기택네 가족과 박사장네 가족의 기묘한 공생을 그린다. 공생의 탈을 쓴 기생은 영화 중반부까지 쉴 틈 없는 웃음을 자아낸다. 자조 섞인 자학개그, 종북개그, 봉준호식 블랙코미디가 탁구공처럼 리드미컬하게 튀어오른다.
‘기생충’의 유머는 해외 관객들에게도 통했다. 박장대소와 박수가 쏟아졌다. 지나치게 한국적이라 세계 관객에게도 통할지 의문이라던 봉준호 감독의 걱정은 기우였다.
‘기생충’은 한마디로 봉준호 세계의 집대성이다. 블랙코미디로 시작해 재난 영화를 거쳐 스릴러를 경유하더니 잠깐의 호러를 선사한 뒤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살인의 추억’의 해학과 스릴, ‘괴물’의 한국식 재난블록버스터, ‘설국열차’의 계급투쟁을 한 작품 안에 녹여냈다. 봉준호가 봉준호를 뛰어넘었다.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였다. 그 가운데 송강호는, 역시 송강호였다. 능청스럽고 여유 넘치는 유머부터 소주 한 잔 부르는 페이소스까지. 이 기묘하고 기괴한 영화에 지독한 현실 감각을 불러넣은 것은 온전히 송강호의 얼굴, 송강호의 연기 덕분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달군 최우식의 물오른 연기, 후반부를 장악한 이정은과 박명훈, 장혜진의 묵직한 존재감과 조여정 이선균의 매끈하고 영리한 연기도 탁월하다.
드라마 장르임에도 섬세하게 세공된 사운드는 귀를 호강하게 하고, 스토리의 아이러니함을 배가하는 정재일 음악감독의 음악 역시 완성도를 높인다. 살아 숨쉬는 의상, 미술, 공간 곳곳에서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이 엿보인다.
칸영화제 현지 반응은 역대급이다. 기립박수는 8분간 나왔다. 칸 부집행위원장 크리스티앙 쥰은 “‘기생충’은 올해 초청작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과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이창동 감독의 ‘시'(각본상) 이후 9년 만에 칸영화제 본상 수상에 성공할까. ‘기생충’ 수상 여부는 25일 열리는 폐막식에서 공개된다. ‘기생충’ 국내 개봉은 5월 30일이다.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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