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조혜련 기자]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 이후 시작된 ‘일본 소비 근절’ 운동이 연예계 분위기까지 바꿨다. 방송가는 물론 가요, 영화판에도 영향을 미친 것. 2019년 7월, ‘일본’에 대해 달라진 연예계 분위기를 TV리포트가 짚어봤다.
# 방송, 눈에 익숙했던 일본→계획 無
그동안 일본은 여행 예능을 비롯해 여러 예능, 각종 드라마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했다. 지리상 가깝고, 국내와는 또 다른 그림을 담을 수 있는 등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출연진과 스태프 스케줄 조율, 방송과 편집 일정 조율 등에도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일본 소비 근절’ 운동 이후 TV에서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찾기 어려워졌다.
대표적 여행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여행지 선택에 ‘일본’은 자연스럽게 빠졌다. 한 방송 관계자는 TV리포트에 “시청자가 불편함을 느낄 곳을 굳이 방송으로 담을 이유는 없다. 만약 해외 촬영 선택지가 일본과 동남아 중 한 곳이 있다면 가성비 면에서도, 그림 적으로도 더 좋은 동남아를 선택할 것”이라 말했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한 PD는 “다행히 일본 촬영 예정은 없었다. 하지만 촬영 중 출연진들이 대화를 할 때, 한 마디라도 조심하려고 한다”고 달라진 촬영 분위기를 밝혔다.
# 가요, K팝 향한 일본 반응 여전 vs 日 국적 멤버 퇴출 운동까지
국내 가요 시장에 ‘일본 소비 근절’ 운동이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미비하다. 국내 J팝 시장이 워낙 마니아 수준으로 움직이기 때문. 그에 비해 K팝은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한일 관계로 인한 타격 역시 크진 않다는 분위기다.
예정됐던 한국 가수들의 일본 공연에도 이렇다 할 변동은 없는 상황. 엑소는 10월부터 12월까지, 트와이스는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아레나 공연을 개최한다. 동방신기는 오는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돔 투어를 앞두고 있다. 현재 일본 공연을 진행 중인 위너도 차질 없이 콘서트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즈원과 세븐틴도 예정된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은 지난 3일 일본에서 발표한 싱글 앨범으로 오리콘 차트 신기록을 세웠다. 한일관계는 악화됐지만 K팝을 좋아하는 이들의 마음은 아직까지 변함없다.
한 공연 관계자는 TV리포트에 “(‘일본 소비 근절’ 운동 이후) 예정된 일본 공연을 취소한 가수 혹은 배우는 현재로서 없다”면서도 “기존 논의 중이던 공연 외에 추가 일정 논의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국내 정서를 먼저 생각하는 듯 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다만 일본인 멤버가 속한 그룹을 두고 국내의 반응은 갈린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일본 국적 연예인을 퇴출해야 한다’라는 온라인 운동이 벌어지기도. 이에 대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개인 SNS를 통해 “한국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꽤 있는 국내 활동 친한파 일본 연예인들까지 우리의 적으로 만들어 어떻게 우리가 이길 수 있겠나”라며 ‘일본 국적 연예인 퇴출 운동’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 영화, ‘김복동’ ‘봉오동전투’ 관심↑· 日 영화엔 ‘평점 테러’
영화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현재 국내 영화관에 걸린 일본 영화는 많지 않다.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엉덩이 탐정: 화려한 사건 수첩’과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 정도가 현재 상영 중. 특히 반일 감정이 불붙기 시작할 즈음 개봉한 ‘엉덩이 탐정’의 경우 평점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반일 감정 여파는 오는 8월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을 향한 관심 상승으로 이어졌다. ‘김복동’ 관계자는 TV리포트에 “보통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번엔 확실히 높아졌다. 요즘 불매 운동과 함께 ‘애국 소비’라는 현상이 생겨서 ‘이런 영화들을 더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사실”이라며 “일본의 사과뿐만 아니라 ‘아베는 사죄하라’는 메시지가 있는데, 그것 때문인지 (영화를 향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최초의 승리를 거둔 독립군의 전투를 담은 영화 ‘봉오동 전투’를 향한 관객들의 기대도 더욱 뜨거워졌다. ‘봉오동 전투’ 관계자는 “여름 시장에서 시대극으로서 사전선호도가 낮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반일감정 기류로 인지도가 많이 올랐다. 관객 사이에서 ‘필람 영화’로 주목받고 있어 모두 고무적인 상황이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소속사, 연예인 단속에 ‘바빠’
연예계 ‘일본 소비 근절’ 운동에 불을 붙인 이는 배우 이시언이다. 이달 초 지인 초대로 일본을 찾았던 그가 개인 SNS에 ‘인증샷’을 게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 “시기상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 이유다. 결국 이시언은 관련 사진을 삭제했고, 소속사는 “국민 정서를 감안해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전했다. 이후에도 한 연예인이 일본 여행 사진을 SNS에 게재했지만, 팬들의 발 빠른 진화로 논란이 커지기 전에 이를 삭제했다.
일부 매니지먼트에서는 소속 연예인들에게 ‘일본 여행 자제령’과 함께 ‘SNS 조심령’을 내렸다. 예정된 여행이라도 얼굴이 알려진 만큼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를 먼저 생각해 달라는 것. 사소한 소비 하나도 조심하자는 국민 정서를 생각해 SNS 사진을 게재할 때도 신경 쓰라는 당부가 담겼다.
이에 대해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큰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차원이다. 한국인으로서, 대중의 사랑으로 사는 연예인으로서 대중의 생각에 함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혜련 기자 kuming@tvreport.co.kr/ 사진=SBS ‘집사부일체’·tvN ‘짠내투어’ 캡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방탄소년단), SM 엔터테인먼트(동방신기), 영화 ‘김복동’·‘봉오동 전투’ 포스터, 이시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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