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황석희 번역가의 진가가 발휘된 작품은 누가 뭐래도 ‘데드풀’ 그 중에서도 신박한 욕설의 향연을 한국식으로 위트있게 표현해 찬사를 받았다.
‘데드풀’ 이후 굵직한 작품에 다수 참여하며 한국 영화계 최고의 외화 번역가로 자리한 황석희가 ‘데드풀’을 위해 나섰다. 사람들이 라이언 레이놀즈의 발언이 잘못 알지 않도록, 그의 속내를 분석했다.
그는 9일 새벽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옥 같았다”라고 적은 손 글씨를 게재하며 “라이언 레이놀즈가 투데이쇼에서 한국의 복면가왕 출연 당시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미국에도 판권이 팔린 쇼라는 걸 알고는 나가겠다고 우겼단다”라고 전말을 간략하게 적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 홍보 차 나간 토크쇼에서 내한 당시를 떠올리며 ‘복면가왕’을 언급했다.
문제가 된 말은 ‘지옥'(hell)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이었다. 본인이 나가겠다고 우겨 성사된 ‘복면가왕’ 출연이 “지옥 같았다”고 말한 이유, 뉘앙스는 “진짜 무슨 지옥에 와 있는 줄. 무대에서 바로 생각했잖아. 내가 어쩌자고 여길 나오자고 했지?”였다고 황석희 번역가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번역가는 일부 언론에서 라이언 레이놀즈의 ‘지옥’ 발언을 곡해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라이언 레이놀즈가 한국에 아주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더니 토크쇼 나가서는 지옥 같았다고 했다는 거다. 굉장히 무례한(disrespectful) 발언으로 받아들인 기사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면서 “저 지옥 같았다는 뜻이 그 지옥 같다는 뜻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황석희에 따르면 라이언 레이놀즈가 말한 ‘지옥’은 난감하고 난처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결국 이 뉘앙스를 잘못 파악한 일부 언론이 라이언 레이놀즈의 의도를 곡해했다는 것. 황석희는 “트레이닝복에 화장도 안 하고 나왔는데 남친이 갑자기 100명 모아다가 서프라이즈 프러포즈하는 상황에 처한 여자의 기분 같은 거랄까”라고 비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실언이나 망언이 아니고, 라이언 레이놀즈 편들자는 게 아니라 저 영어 문장의 뜻이 그렇다”고 재차 강조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드풀’에서뿐 아니라 평소에도 유쾌하고 쿨한 어투와 성격을 가진 배우로, 본인도 데드풀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며, 실제 자신과도 많이 닮았다고 인정한다. 토크쇼에서도 ‘복면가왕’ 무대에 올라 급박하고 떨렸던 심정을 ‘데드풀’ 처럼 과장을 보태 익살스럽게 ‘지옥’이라 표현했고, 황석희 번역가도 “나 거기 나갔다가 뒈지는 줄”의 뉘앙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라이언 레이놀즈가 2018년 내한에서 ‘지옥 같은’ 경험을 했다면 바로 이듬해 또 내한해 한국 예능(‘런닝맨’)에 출연해 신명나게 제기를 차지는 않았을 것이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못된 유니콘 앞통수에 뿔났던 ‘복면가왕’의 그날, ‘Tomorrow’를 부르던 그는 무대가 너무 떨렸을 뿐이다. 엄청 떨려서 “사실 지금 기저귀 차고 있어요”라고 말할 만큼.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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