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수연 기자] 2022년 7월 22일, 덥고 지친 어느 여름 날 활력을 불어넣어 줄 그룹 뉴진스가 데뷔, 본격적인 K 팝 걸그룹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했다. 아무런 홍보 없이 올린 3개의 뮤직비디오에 입소문을 탄 뉴진스의 데뷔곡 ‘attention’, ‘Hype boy’ 등은 주요 음원 사이트 정상에 이름을 올리며 히트곡을 넘어 2022년을 대표하는 곡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어 뉴진스는 지난달 ‘OMG’를 발매하면서 2023년 역시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특히 뉴진스는 해당 앨범의 선공개 곡 ‘Ditto’로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핫 100’에 입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타 아이돌 그룹이 N년 만에 이룬 성과인 반면 뉴진스가 데뷔 후 불과 6개월 만에 해낸 기록이다. 4세대 그룹으로서는 최초의 기록으로 뉴진스는 괴물 신인을 넘어 글로벌 신성으로서 입지를 다지게 됐다.
매일 찾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진(Jean)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뉴진스의 꿈은 현실이 됐다. 이에 뉴진스가 새로 쓴 ‘걸그룹 성공 법칙’ 몇 가지를 살펴본다.
1. ‘믿보’ 민희진이 만든 걸그룹
민희진은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의 인연으로 소녀시대, 샤이니, f(X), 레드벨벳, 엑소 등 2,3 세대 주요 아이돌의 콘셉트를 주도했다. 비주얼 디렉터로서 SM 아티스트의 앨범 콘셉트와 아트를 직접 담당하며 특유의 몽환적이고 유니크함으로 아이돌계에 긍정적인 충격을 안긴 민희진은 번아웃 증후군 등을 이유로 SM에서 퇴사했다.
그런 그가 2019년 방탄소년단이 속해있는 하이브와 손을 잡고 다시금 혁신적인 브랜딩으로 신드롬을 일으킬 것을 예고했다. 2, 3세대 아이돌의 콘셉트를 담당하며 K 팝 부흥기 중심에 있었고, 2030세대의 ‘덕질’을 책임진 그이기에 ‘민희진’ 이름 석 자는 걸그룹 뉴진스가 이끌고 올 선세이션함에 기대를 한껏 끌어모을 수밖에 없었다. 민희진의 귀환은 과연 대중들의 기대에 부응했을까?
2. “안꾸며도 예뻐”…편안한 스타일 제시
‘민희진 걸그룹’이라는 정보뿐이던 뉴진스가 다짜고짜 뮤직비디오 세 편을 올리며 그 베일을 벗었다. 그만큼 민희진은 뉴진스에 확신이 있었을 터. 그의 확신대로 뉴진스는 데뷔와 동시에 가요계에서 전무후무한 콘셉트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특히 뉴진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정형화된 K 팝의 기존 공식을 따르지 않은 참신함이 보인다. 뉴진스가 K 팝계에 새로이 구축한 장르는 바로 ‘이지리스닝’, 심플함 속에 멤버들의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다채롭게 담아내 오히려 세련미가 느껴진다.
기존 공식이라 하면은 ‘강렬하고 화려한 무대가 대중을 사로잡는다’는 것. 그중 블랙핑크가 이 공식을 토대로 성공했고, 이에 걸그룹들은 ‘걸크러쉬’를 고집하게 됐다.
지난 Mnet ‘퀸덤’ 시리즈만 해도 그렇다. 청순 콘셉트를 유지하던 걸그룹들이 너도나도 우승을 위해 ‘걸크러쉬’를 한껏 장착한 무대 꾸몄다. 맞지 않는 ‘걸크러쉬’ 콘셉트를 억지로 밀고 가다 오히려 낭패를 본 팀도 있었다. 가수 본인 스스로도 ‘걸크러쉬’에 갈증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쩌면 대중들은 끊임없이 귀를 강타하는 비트와 사운드, 강렬한 퍼포먼스에 지쳐있었을 수도 있다. 이에 뉴진스는 꾸미지 않은 자신만의 장르로 대중의 지친 눈과 귀를 달래주었던 것이다.
3. Y2K 콘셉트로 30대 향수 자극
청소년기는 누구나 빛나며 언젠가 그때를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열심히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하던 밀레니얼 세대가 30대에 접어들며 대한민국에 Y2K 열풍이 찾아왔다. 이러한 유행이 어느덧 가요계에도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뉴진스가 있다.
‘Attention’ 속 뉴진스 멤버들의 긴 생머리에 크롭한 티셔츠, 펑퍼짐한 청바지 스타일링은 아련한 그때 그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Hype boy’에서 뉴진스는 2000년대 초 하이틴 스타로 완벽 변신, 키치한 매력을 발산했다.
또한 ‘Ditto’에서는 옛날 교복과 캠코더, 작은 디테일에도 신경 쓴 모습으로 ‘여고괴담’을 방불케 하는 세기말 학창 시절 분위기를 자아냈다.
뉴진스는 스타일링은 물론 앨범, 굿즈 등 전면적으로 Y2K 콘셉트를 고수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포닝’이라는 소통 앱이 있다.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출시한 ‘포닝’은 디자인만 봐도 뉴진스가 Y2K 콘셉트를 얼마나 충실히 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뉴진스는 CD와 CD백, 90년대 유명 아이템 중 하나인 책받침 등으로 굿즈를 출시하며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전 세대를 통합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뉴진스 답게 그들의 Y2K 콘셉트는 30대는 물론 기성세대 문화를 ‘힙’하다 여기는 10, 20대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했다.
4. ‘뉴진스 밈’ 탄생…Z세대 바이럴 마케팅 효과 UP
요즘 MZ 세대에게 길을 물으면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고 답한다. 이어폰을 낀 채 길을 가던 사람에게 “지금 무슨 노래 듣고 계세요?”라며 듣고 있는 노래 제목을 물어보는 유튜브 콘텐츠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밈’이 생겨나게 된 것인데, 그것이 바로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다.
이 밈에 포인트는 어떤 말을 물어도 모두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고 답하며 동문서답하는 것이다.
MZ 세대는 이미지보다 영상을 선호하고 긴 영상보다 짧은 영상을 선호한다. 그들의 수요에 자연스레 등장한 1분 가량의 ‘숏폼’ 콘텐츠. 이로 인해 영상을 시청하는 것을 넘어 제작도 수월해졌고 대중문화의 유행 속도는 더욱더 빨라졌다.
이처럼 영상으로 소통하는 시대에 뉴진스의 해당 밈은 바이럴 마케팅이 돼 뉴진스의 무서운 인기 상승세에 박차를 가했다.
5. 모두가 ‘센터’해도 될 만큼 완벽한 멤버들
자고로 아이돌 가수는 그룹 내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 각자 가진 주요 강점이 하나로 모여 시너지를 내는 것이 그룹의 큰 장점이 됐기 때문인데 그에 반해 뉴진스는 5명 모두가 ‘올라운더 아티스트’다. 모든 멤버가 외모, 끼 등 아이돌 소양을 갖춘 것은 물론 실력 또한 뛰어나다. 특히 뉴진스의 모든 곡은 힙합 기반의 안무로 이루어져 있어 적절한 강약 조절과 유연성이 더해졌을 때 그 빛을 발휘한다. 뉴진스의 모든 멤버는 ‘안무 구멍’ 없이 고난도 안무를 가뿐히 소화해 낸다.
뉴진스는 라이브 실력도 뛰어나다. 일부 아이돌이 음악방송 1위 ‘앵콜’ 무대에서 립싱크를 하거나 다소 저조한 라이브 실력으로 문제가 된 현재 시점에서 뉴진스의 라이브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뛰어난 보컬 실력과 더불어 5명 모두 트렌디한 음색을 가지고 있어 보다 완성도 있는 뉴진스만의 ‘이지리스닝 팝’을 탄생시켰다.
국내 음원 사이트에 따르면 뉴진스의 ‘Ditto’와 ‘OMG’는 지난달에 발매됐음에도 아직도 각각 1,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데뷔곡 ‘Hype boy’가 3위, 아직도 톱 10안에 안착해 있다는 것이다. 확고한 콘셉트와 실력으로 가요계 탑 티어에 오른 뉴진스, 그들의 성공은 K팝의 저력을 또 한 번 입증하게 했으며, K팝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아직도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이수연 기자 tndus11029@naver.com / 사진= 어도어, 뉴진스 소셜미디어, 세븐틴 소셜미디어, SM(소녀시대, 샤이니, f(x), 레드벨벳) 앨범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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