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지난 16년 간 리더는 없었다. 그룹 활동이 없었기에 당연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떼를 쓰고, 잔꾀를 부리며 ‘은초딩’ 혹은 ‘지니어스’로 불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잠재된 리더십이 있었고, 분위기를 이끄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여전히 젝키 리더 은지원은 그랬다.
지난 14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성사된 젝스키스와 MBC ‘무한도전’의 만남은 특별했다. 16년 만에 완전체 무대를 이룬 젝키, 연예활동을 접은 멤버 고지용의 합류는 기쁨 이상의 뭉클함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가능케 한 건 젝키 리더 은지원의 몫이 컸다.
은지원은 젝키 여섯 멤버 중 가장 활발하게 연예 활동 중이다. 2000년 솔로가수로 역할을 전환한 은지원은 타고난 예능감 덕에 브라운관에 성실히 얼굴을 비쳤다. 은지원은 KBS2 ‘1박2일’을 필두로 승승장구했다. 은지원을 찾는 예능프로그램은 많아졌다.
은지원은 꾸준히 자신의 앨범을 발매하면서도 예능인으로 단단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유식하지 않지만, 똑똑했다. 특히 상대를 속이는 전략 프로그램에서 은지원의 탁월한 진가가 발휘됐다. 막무가내 ‘은초딩’ 캐릭터는 탐나는 ‘지니어스’로 업그레이드됐다.
그런 은지원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젝키 컴백’이 항상 따라붙었다. 컴백설이 불거질 때 마다 리더 은지원을 향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실제로 은지원은 다른 멤버들을 위해 컴백 프로젝트를 심각하게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무한도전’ 제작진의 출연 섭외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완전체 컴백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또 한 번 확인했다. 그럼에도 은지원은 멤버들을 이끌며 제작진 제안을 수락했다. 특히 출연을 고사하는 고지용을 독려하며 합류시켰다.
이날 무대에 오른 은지원은 다른 멤버들에 비해 가장 여유로웠다. 젝키 해체 후에도 현장 경험을 유지한 덕분일까. 은지원은 안무, 랩, 보컬, 내레이션을 모두 소화하며 젝키를 진두지휘했다.
평소 감정 표현이 많지 않은 은지원이지만, 16년 만에 무대에서 만난 팬들에게는 특별했다. 은지원은 “팬들의 마음으로 생각한다면 오늘 첫사랑을 만나는 자리다. 예전의 모습만 기대할까봐 조금 걱정된다”고 긴장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은지원은 “그동안 다들 어디에 있었냐. 노란 풍선 보면서 내가 젝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고심 끝에 무대에 선 고지용을 다독이는 것 역시 은지원이 맡았다. 은지원은 벅차올라 제대로 인사조차 제대로 못하는 고지용을 대신해 “힘든 결정을 내려준 지용이에게 멤버들이 감사해하고 있다. 지용이는 여러 감정들이 오가고 있다. 말을 못하고 있다”고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감싸며 응원했다.
멤버들이 저마다 감격스러워하는 사이 은지원은 ‘무한도전’ 제작진을 향한 감사인사도 챙겼다. 은지원은 “저희 때문에 ‘무한도전’ 제작진을 고생시켰다. 저희가 욕심이 앞서서 우려했던 부분도 많았다. 그런데 눈감아주고 받아줘서 감사하다”고 고개숙였다.
사실 은지원은 이번 무대를 준비하면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이미 병원에서 “무릎에 연골이 다 닳았다”는 진단을 받은 은지원. 그럼에도 동생들과 재결합 무대를 위해, 컴백을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버텼다. 보안상의 문제로 은지원은 심야 시간대 연습실을 찾았고, 멤버들과 함께 연습 또 연습했다.
그 결과 은지원은 고지용까지 함께한 6인조 젝키를 무대 위에 올렸다. 여전히 격렬한 댄스와 백다운 동작까지 가능한 이재진과 김재덕, 그 사이 노래실력이 제법 늘은 장수원과 변함없는 메인보컬 강성훈까지 은지원을 중심으로 젝키가 완성됐다.
은초딩도, 지니어스도 아닌 16년 만에 블랙 카리스마를 내뿜는 젝키의 리더 은지원이었다.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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