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가수 루시드폴이 16일 정규 9집 ‘너와 나’로 돌아왔다. ‘너와 나’는 반려견 보현의 소리와 빛을 기록한 앨범으로, 벌써부터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2년 만에 컴백하는 루시드폴의 이번 앨범은 반려견 보현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알려져 있다.
루시드폴은 보현의 소리를 모은 뒤, 소리의 작은 단위부터 배열 가공, 조합해 다른 차원의 사운드를 만드는 디지털 음악합성 기법 ‘그래뉼라 신테시스’를 이용해 곡을 완성했다.
다음은 독창적인 앨범을 발표한 루시드폴이 밝힌 제작 비화 및 향후 목표 등이다.
Q. 손을 다쳤는데, 작업하는데 괜찮았는지.
A. 작년 7월에 다쳤는데 수술하고 올봄까지는 불편했다. 농장 일을 해야 하는데 손을 못 쓰니까 두 배로 힘들었다.
그렇게 일상에 치이다가 정신을 차려보니까, 음악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더라. 여러 가지 구상을 하다가 기타를 만드는 곳을 찾아, 직접 기타를 만들었다. 원하는 디자인을 해서 만들었고, 그 과정을 기록했다.
이때 미국에 사는 아티스트 테일러 뒤프리의 인터뷰를 읽었다. 뉴욕에서 시골로 이사해 소리를 연구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의 앰비언트 곡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고, 작곡의 시작부터 기계와 협업한다면 다친 손가락을 쓰지 않고도 음악을 만들 수 있겠다는 힌트를 얻었다.
Q. 어떻게 반려견과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콘셉트를 생각해내셨는지?
A. 내 반려견 이름이 보현이다. 처음에는 보현에 대한 사진집을 내자고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사진집만 내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보현의 사진과 음악을 같이 넣은 앨범으로 내는 건 어떨까 싶었다.
보현의 소리와 주변에 있는 소리를 채집해서 변주를 해보고 곡을 하나씩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말이 되더라. 그래서 이건 정규 음반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음반을 만들게 됐다.
Q. 새로운 시도라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A.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미친 듯이 괴롭지는 않았다. 거창하게 말하기는 했지만, 그냥 이 방법 저 방법을 써보는 거다. 예측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힘들지만 몰입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Q. 그렇다면 보현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A. 보현이 내가 노래하거나 기타 치는 걸 너무 좋아한다. 보통 강아지들은 집중력이 좋지 않다. 그런데도 보현은 내가 기타를 들고 소파에 앉으면 항상 옆에 와 있곤 했다. 보현을 만나고 나서 여러 장 음반을 냈지만, 밤늦게까지 작업을 할 때 같이 잠을 자지 않았다.
좀 더 재미난 일을 해보고 싶었고, 남겨두고 싶었다. 우리가 영원히 같이 살 순 없을 것이고,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주인과 반려견이 있다면 공감하고 위로받는 느낌 아닐까.
Q. 이번 앨범이 갖는 의미가 특별해 보인다.
A. 조금 특별한 다른 지점이 있기는 하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상하게 담담하다. 음원 차트 욕심도 덜한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잘 모르겠는데, 좋은 피드백을 받게 된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
Q. 앞으로도 해보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A. 나무들의 소리를 듣고 싶다. 바람이 불 때 나뭇잎이 서로 쓰는 소리가 있는데, 어떨 때는 그 소리가 너무 좋다. 나무들이 주체적으로 내는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런 작업을 실제로 했고, 하고 있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안테나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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