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현민 기자] “평소 유쾌하게 살고, 예능에서 재미있게 하는 것들이 (공연에)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이 4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다. 뮤지컬 ‘모차르트!’, ‘베르테르’, ‘그날들’ 등으로 내공을 축적한 ’10년차 배우’ 규현은 ‘웃는 남자’의 타이틀롤 그윈플렌으로 자신만의 색을 덧입히는 중이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L’Homme qui rit)’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웃는 남자’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를 조명한다.
극을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 그윈플렌 역에는 이석훈, 박강현, 수호, 그리고 규현이 맡아 열연을 펼친다. 특히 ‘규윈플렌’으로 불리는 규현은 유독 장난기가 가득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딱히 애드리브를 하는 것은 없다. 표현을 과하고 우스꽝스럽게 하려고 한다. 귀족인 조시아나 여공작과 있을 때 특히 더 많이 그렇다. 이번 작품에서는 웃음을 드릴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서 그러한 부분에서 더 많은 재미를 드리려고 했다.”
앞서 ‘웃는 남자’ 측은 연출자 로버트 요한슨과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규현이 사회복무를 하던 시절부터 그윈플렌 역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규현 역시 휴가 중에 두 번이나 ‘웃는 남자’를 관람해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효신이 형, 수호, 두 번의 공연을 봤다. 처음 봤을 때 별다른 감흥이 없다가, 두 번째 보니 이해가 되더라. 권력을 내던지고 다시 밑바닥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그 심정이 이해됐다. 좋은 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사에서 ‘해보면 어때요?’ 할 때는 웃어넘겼는데, 실제로 하게 됐다.”
뮤지컬 ‘웃는 남자’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관객들이 공연 후 극장을 떠날 때 뭔가 느낄 수 있도록 제대로 전달하는 일이다. 규현은 무대 위에서 실제 그윈플렌이 되어 그의 진심을 담아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맞선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나는 용기있는 결단력을 보이기도 한다.
“규현이라는 사람의 선택은 대충 정해져있는데,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한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낀다. 권력자들이 모인 곳에서 ‘제발 이러지 말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자’라고 하는 것 자체가 용기있는 행동이다. 내가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그냥 순응하고 잘 살았을 것 같다.(웃음)”
그윈플렌의 행동에 감탄하는 그에게 ‘살면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을 물었더니 ‘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이다. ‘일’이라고 하면 고되게 느껴지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다.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호흡하는 일. 요즘에는 일만 하며 산다. 지인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것보다 나를 필요로 하는 분들을 위해 노래하고 연기하는 게 좋다.”
누구보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규현의 건강을 걱정하는 팬들을 안심시키는 일도 빠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넉살을 피운다.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준다. 쓰러질까 염려하는 팬들의 편지도 있다. 몸에 좋은 것을 보내주기도 한다. 그런데 실제로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 않다. ‘잠잘 시간은 있느냐?’고 묻는데, 잘 잔다. 8시간씩 잔다.(웃음) 지인들 만나서 스트레스도 풀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런다. 쉬는 날은 별로 없지만, 쉬는 날이 필요하지 않다.”
그 무엇보다 ‘일’을 좋아하고, 노력을 결코 게을리하지 않는 규현의 성향 탓에 그는 단기간에 감정 연기가 눈에 띄게 좋아진 ‘뮤지컬 배우’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한사코 그것을 ‘나이가 들어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떠민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연기를 다 잘하게 되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생각도 많아지고 경험도 많이 한다.”
‘신서유기’ 등의 예능에 출연하는 것으로 인해 자칫 예능 이미지가 짙어져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서 방해가 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꽤 자주 받는다. 걱정은 되면서도, 오히려 그런 경험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됨을 강조했다.
“예능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로 굳어질까봐 걱정된다. 하지만 평소 유쾌하게 살고, 예능에서 재미있게 하는 것들이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다섯 작품 정도를 넘겼을 무렵부터 비로소 ‘뮤지컬 배우 규현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됐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꺼내어놓은 그의 솔직한 속마음.
“상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뮤지컬 배우로서 작품을 계속 하고 있으니깐 (상을) 한 번 정도는 받아보고 싶긴 하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만약 받게 된다면 ‘저 상을 받을 만하다’가 되었을 때 받았으면 좋겠다.”
박현민 기자 gato@tvreport.co.kr / 사진=SM엔터테인먼트, EMK 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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