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홍지수 인턴기자] 30주년 가수 외길을 걸어온 사람이 있다. 그는 매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새로운 곡들을 내놓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신곡으로만 뽑아온 그가 30주년 스페셜 앨범 ‘My Personas’ 발매 기념 인터뷰를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화상 채팅을 통해 진행했다.
신승훈은 난생 처음으로 접한 이 상황을 오히려 어색해하기 보다 즐겼다. 그는 얼굴을 직접 보지 않고 진행돼 아쉬워하면서도 “유튜버가 된 느낌이다. 영상이 끝나면 다들 좋아요와 구독해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신승훈은 단독 진행으로 사전에 받아 놓은 질문에 대해 30분간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에 취재진들은 마이크를 꺼야 했고, 카메라를 키는 건 선택사항이었다. 영상에서 신승훈은 펜을 들고 진중하게 생각을 정리한 후 깊고 진솔한 이야기를 꺼냈다.
사전 질문에 대한 답변을 끝낸 그는 신승훈 소속사 홍보 측을 통해 질문을 받았다. 신승훈은 30년된 베테랑 가수답게 여유로이 답변을 이어갔다.
■ ‘My Personas’에 담은 인생관
신승훈은 ‘My Personas’에 대해 “노래를 통해 소통하고 싶었다. 노래에 연애관과 앞으로 있을 일을 모두 담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1990년 데뷔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올해 인생곡으로 뽑으며 “장편 영화처럼 2시간 10분짜리가 되는, 기승전결과 희노애락이 담긴 앨범을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승훈은 “앨범을 전체적인 활동 가운데 하나의 카테고리로 생각한다. 앨범을 만들 때 항상 콘서트에서 어떻게 공연할지 고려한다. 콘서트에서 들리는 음악은 또 다른 매력을 가져온다. 코로나19 여파로 콘서트가 오는 9월로 연기돼 아쉽다”고 알렸다.
신승훈의 앨범 발매는 2015년 11월 10일 정규 11집 발매 이후 약 4년 5개월만이다. 이번 ‘My Personas’에는 더블 타이틀곡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와 ‘그러자 우리’를 비롯해 ‘이 또한 지나가리라’ ‘늦어도 11월에는’ 등 총 8곡이 포함돼 있다.
신승훈은 “드디어 30년차 인생에 반환점이 왔다. 그러나 인생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신곡으로 신승훈의 현재진행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는 5분 47초로 보통 3~4분 음원 길이에 비해 아주 길다. 신승훈은 “후렴을 30초 듣다가 넘기는 시대다. 길이가 너무 길다며 질타를 받았으나 밀어 붙였다”고 털어놨다.
■ “이제는 어른이 된 팬들과 함께 걸어가다”
그는 “추억을 하게 만드는 가수가 아니라 현재를 같이 살아가고 있는 가수로 기억됐으면 했다.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됐으면 한다”라면서 “5년만에 낸 앨범이라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 언제 또 앨범을 낼지 모르는 일이다”고 말했다.
수록곡 가운데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현 코로나19 사태에 들어맞는 곡이기도 하다. 이에 신승훈은 “제 마음 속 타이틀곡이다. 중, 고등학생이었던 팬들이 이제는 삶의 무게감이 생긴 어른들이 됐다. 그들로부터 위로를 노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콘서트 엔딩곡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들에게 이 노래를 불러 위안을 주고 싶었다”며 웃었다.
이어 “중, 고등학생이었던 팬들이 예매도 없던 시절, 줄서서 앞자리를 차지하며 공연을 감상했다. 이제 한 아이의 엄마나 아빠가 된 그들이 오랜만에 세종문화회관을 다시 찾아 옛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노래 홍보 아니다”라고 재치를 더했다.
■ “결혼 언제 하실거예요? 라고 물어본다면”
신승훈은 “‘늦어도 11월’은 잠에서 일어나자마자 쓴 가사다. 나중에 누군가 나한테 와준다면, 늦어도 11월에 와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향후 결혼에 대한 대답이다”고 공개했다.
‘늦어도 11월에는’ 가사에는 열병을 겪었던 때, 소나기였던 시간 그리고 화창한 봄날이었던 때가 등장한다.
신승훈은 “화장한 봄날은 뭘 봐도 신기했었던 10, 20때다. 30대 때는 젊음과 지헤가 쌓여 있었다. 세상의 중심이 나로 인해 돌아가는 듯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40대 때가 돼 30대를 바라보니, 내가 되게 어렸더라. 지금은 가을 같은 사람이 된 것 같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내 몸에 있는 낙엽을 떨어뜨린다.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좋다는 연륜을 갖추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가 힘들었던 적이 있는가는 질문에 “힘들 때 많았죠. 제 스타일대로 음악을 할 경우 비난을 받았고, 음악 스타일을 바꾸면 뭘 그걸 하냐고 지적 받았을 때 힘들었다. 곡을 쓰고 이 장르가 나한테 맞을까 안 맞을까하는 고민도 많이 했다”고 답했다.
■ “나도 힘들었다”
신승훈은 “중간중간 찾아오는 외로움이 많았다. 참 많은 종류의 외로움이 있었다. 예전엔 영화를 하루에 6편이나 거뜬히 봤었는데 지금은 1편만 봐도 힘들다. 그러면서 또 다른 외로움이 밀려오더라”고 고백했다.
그는 “주변 선배로부터 겉으로만 힘들지 않은 척 하지 말고 투정부릴 땐 부리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왔다. 프로페셔널하게 보여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감추고 살았다”고 말했다.
신승훈은 30년 전 1990년 11월 1일 데뷔했다. 이는 고(故) 유재하의 기일이기도 하다. 신승훈은 “30년 동안 고 유재하 선배와 더불어 고 김현식 선배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선배들만 보고 30년을 달려왔는데 저 어땠나요?’라고 물으면 ‘잘했어’ ‘이정도면 훌륭했어’ 또는 ‘이렇게 바꼈어야 해” 등 칭찬을 듣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30년 내내 쉬지 않고 꾸준히 앨범을 내며 음악만 했다. 그 부분에서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또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제가 가는 길이 눈 밭에 있는 발자국과 같다. 이리저리 휘청거리지 않고, 한 방향 쪽으로 발자국을 크게 남기고 싶다. 후배들이 따라올 수 있는 길을 만들겠다. 또 다른 30년을 만들겠다”고 당부했다.
홍지수 인턴기자 jsfire120@tvreport.co.kr / 사진=이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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