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험하다” 일본이 방산시장 다크호스 된 사연

I 한국의 방산 수출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

I 2차 대전 패전 이후 첫 공격용 무기 수출

I 일본 레이더, 군용기, AI 반도체 등 전시

[TV리포트=이효경 기자] 최근 일본이 세계 방위산업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를 필두로 자국의 방산 기업들이 해외 방위산업 전시회에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세일즈에 나서는 등 국가와 기업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방위산업 일각에선 “일본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뜻밖에 대성장을 기록 중인 세계 방산시장의 새로운 다크호스”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 배경으로 일본은 미국에 일본산 패트리엇(미국에서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 요격미사일 수출을 체결한 바 있다. 이어 무기 수입 대국으로 알려진 인도와 군함용 통신 안테나 수출의 마지막 조율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국·이탈리아와 공동 개발에 나선 차기 전투기도 수출할 태세를 보인다. 전투기가 수출에 성공할 경우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처음으로 일본이 공격용 무기를 다시 수출하는 새역사를 세운다.

일본이 자랑하는 기술인 소재·부품·장비, 이른바 ‘소·부·장’을 기반으로 수출 확대 전략을 펼 것이란 전문가는 분석한다.

일각에선 “최근 무기 수출을 급격히 늘려 방산업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을 겨냥한 행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앞으로 한·일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수출 경쟁 구도에 들어갈 수도 있는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일본의 변화는 세계 주요 방산 전시회에서 각국의 수주 경쟁이 치열한 상황 속 보이는 움직임이다. 일본 방위성이 적극적으로 나서 지난해(2023년)부터 일본 방산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전시회에 얼굴을 내밀며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지난해 9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의 방산 전시회로 불리는 DSEI에서 일본 기업 8개 사가, 이어 지난해 11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해양 분야 방산 전시회인 인도 퍼시픽에는 10개 사가 참가하며 글로벌 입지를 다지고 있다.

방위성은 지난달(3월)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로 알려진 항공·우주 분야 방산 전시회인 ‘싱가포르 에어쇼’에도 처음 부스를 마련하는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전시회에 사상 최대인 13개 사가 참가해 글로벌 방위 관계자를 놀라게 했다.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일본은 자국 방산업계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가와사키중공업은 P-1 초계기와 C-2 수송기 등 자체 기술로 개발한 군용기 모델을 전시해 주목받았다. 방공 레이더(NEC), 인공지능(AI) 반도체(엣지코어틱스)와 같은 첨단 기술이 접목된 제품도 여러 개 전시에 나섰다.

또 일본의 강소 기업들이 항공·우주 부품(아사히금속공업, 쿠리모토, 타카기스틸) 견본품을 선보이는 등 크고 작은 업체가 자신들의 기술을 자랑했다.

해당 전시회에 참석했던 한국 관계자들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참여 기업이 별로 없는 우리 한국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처럼 일본 방산 업체들이 앞다투어 영업에 나선 내력에는 “일본 정부가 다짐한 방산 수출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일본 방산 기업들은 수출하지 않고 자위대에만 무기와 장비를 납품하는 등 소극적 정책을 펼쳤다. 그러다 보니 미국·유럽이나 한국의 방산 업체와 비교해 수입과 지출에 의한 이익이 상당히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년이란 상당히 오랜 기간 일본 기업 100여 개사가 방산 사업에서 탈출한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자국의 방산 생태계가 무너져 자위대의 군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끊임없이 나왔다.

지난 2022년도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날로 성장하는 세계 방산 시장의 바뀌는 판도 또한 일본 입장에선 신경 쓰이는 대목으로 꼽힌다. 특히 일본의 대외 무역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의 경우 2022년 기준 군비 지출이 전년 대비 2.7% 증가해 5,750억 달러(약 768조 원)에 이를 만큼 거대해진 재원의 이동이 있었다.

한마디로 “대내외적으로 방산 수출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일본 내부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한 일본 정부 소식통은 “최근 몇 년 새 폴란드를 필두로 동남아시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의 방산 수출 높은 실적이 일본을 자극한 측면도 있다”며 “일본 여권 내에선 아시아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이효경 기자 hyooo@fastviewkorea.com / 사진=foreignpolicy, abplive, japantimes, sldinfo,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