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속옷 입고와”…60대 교장이 6개월 동안 동료선생에게 저지른 일

I 교장 자신의 위계 빌미로 교사에 성폭력

I 교육청 늑장 대처에 문자 등 2차 피해 발생

I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성폭력 2~3배 낮은 형량

[TV리포트=이효경 기자] 지난 1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학교장 성폭력 사건 공동대응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023년도 9월부터 올해 2월 29일까지 안동의 한 중학교에서 교장이 교사에 대해 위계를 빌미로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공대위에 따르면 해당 학교 교장인 60대 남성 A 씨는 6개월 동안 교장실에서 교사인 40대 여성 B 씨의 신체 부위를 강제로 만졌고 B 씨를 껴안는 등 교사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행했다.

이 끔찍한 과정에서 A 씨는 B 씨에게 “속옷을 사주면 내일 입고 오라”고 말하는 등의 성희롱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대위는 “A 씨가 B 씨에게 장학사가 될 수 있게 전폭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B 씨가 교육청에서 직접 일을 받지 못하게 막거나 A 씨 자신을 통해서만 일을 전달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위계에 의한 성폭력과 정신적 괴롭힘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더욱 B 씨를 괴롭힌 건 안동교육지원청에 성 고충 조사를 신청 접수하고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B 씨는 지난 2월 29일 경찰에 성폭력 사실을 신고 접수했고 지난달(3월) 4일에는 교육지원청에도 성 고충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교육지원청은 ‘신청서 확인자 서명란에 피해자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교감 선생님의 서명이 들어갔다’며 며칠이 지나서 같은 달 6일에서야 신청서를 접수했다.

공대위는 “신청이 연기된 이틀의 시간 동안 A 씨가 B 씨에게 선처를 바라는 내용의 문자와 전화를 70여 통 넘게 보내 피해자를 괴롭힌 점과, 심지어 직접 찾아와서 만나달라고 애원하는 등 2차 가해가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A 씨에 대한 직위해제가 전교조 경북지부에서 보도자료를 내보내 사안을 공론화한 지난달 12일 저녁이 돼서야 이뤄졌다”고 밝혔다.

공대위가 지난 8일 안동교육지원청을 직접 방문해 직위해제가 늦어진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자 교육지원청은 “경찰의 수사 개시 통보 공문을 받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한 언론사의 취재 결과 안동경찰서는 지난달 5일에 수사 개시 통보를 안동교육지원청으로 보낸 것이 확인돼 새빨간 거짓말이 드러났다.

공대위는 또한 ‘성고충 심의 위원회’가 지연된 점을 지적에 나섰다. 공대위에 따르면 안동교육지원청에서 성고충 심의 위원회가 지난달 15일부터 열렸고 3일 후인 18일에 결과를 발표했다. 성 고충 조사 신청서가 접수된 지 2주나 지나서 나온 결과다.

공대위는 “성고충 심의 위원회에서 징계를 요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교원 교육까지도 뒤늦게 이뤄져 그 사이 B 씨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주변으로 퍼지는 등 2차 가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21년도 있었던 영양교사에 의한 행정직원 성폭력 사건의 경우는 대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된 시점까지 가해자에 대한 징계 처분을 하지 않아 결국 가해자는 퇴직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시대가 지났는데 똑같은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대위에 따르면 A 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이달 말에서 내달 초 사이에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대위 측은 오는 16일 오전 경북도교육청 솟을대문 앞에서 ‘해당 학교장을 파면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을 공론화할 예정이다.

한편 경북 안동경찰서는 A 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지난 1일 검찰에 송치했다.

성범죄 등 여성 대상 강력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부산에서 발생한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가해자의 성범죄 혐의가 뒤늦게 확인되면서 다시 한번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법무부에 “여성을 향한 강력 범죄 가해자의 신상 공개와 관련한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성범죄 형량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형량이라고 지적한다.

박철현 동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2012년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의 국제 비교: 한국, 미국, 영국의 양형기준에 나타난 형량의 비교’ 논문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대체로 대한민국보다 성범죄를 더욱 엄격하고 강력하게 처벌한다고 주장했다.

논문에 따르면 미연방의 강간죄 양형 범위는 12년 이상에서 15년 이상, 영국은 4~8년 사이로 판례가 따른다. 우리나라가 1년 6개월에서 7년 사이인 것과 비교하면 두 나라의 형량은 2배에서 3배가량 강력하다.

이효경 기자 hyooo@fastviewkorea.com / 사진=SNS 갈무리, 뉴스1,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