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짓는 ‘e편한세상’에서 만든 ‘전기차’ 제품이 있다고?

I 건물용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 개발

I 부산 선박 기자재 중소기업과 협업

I 지하 주차장에 주차 못 하는 전기차

[TV리포트=이효경 기자] 지난 2일 ‘e편한세상’ 브랜드로 유명한 DL이앤씨는 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화재 진압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DL이앤씨가 도입한 방법은 기기를 활용해 드릴로 차량 하부를 뚫은 뒤 신속히 물을 뿌려 전기차 화재가 번지지 않게 도와준다.

소방 기구 제조사가 아닌 건설사가 화재 진압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아파트 단지 내 지하 및 지상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폭발의 위험이 있고, 대규모 재난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부산 소재 선박 기자재 중소기업 탱크테크와 협업하여 ‘건물용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시스템에 대해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해당 위치로 장비를 이동시켜 준비를 마친 뒤, 불이 빨리 번지는 전기차 하부와 배터리팩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곧바로 물을 분사해 불씨를 잡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 한 관계자에 따르면 배에 실은 컨테이너 내부에서 불씨가 발생했을 때 드릴로 구멍을 뚫고 화재를 진압하는 방법에서 착안한 기술이다. 그는 “전기차 하부에 구멍을 내고 화재를 진압하는 기술은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전기차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배터리 온도가 1,000도 이상으로 급속도로 올라가는 ‘열 폭주’ 현상이 주되게 발생한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보호 팩으로 감싸진 배터리는 현재 사용하는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불을 끄는 데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8시간까지 걸린다.

DL이앤씨는 현대차 성능 테스트를 비롯해 방재시험연구원 ‘전기차 실물 차량 화재 시험’을 거쳐 다양한 시스템 검증을 완료했다고 알렸다. 더하여 전기차 배터리 종류와 관계없이 10분 정도의 시간 내에 화재를 완전히 진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물용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을 e편한세상 아파트 현장에 우선 시범 적용을 한 후, 분석에 따라 일반 건축물 및 관공서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하지만 전국의 수많은 아파트에 모두 도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며, e편한세상 아파트에만 설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정 브랜드에만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신기술’이 적용된다면 차별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한편 화재 우려를 이유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이용을 금지하는 아파트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에 전기차 차주와 입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YTN의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400세대 규모의 아파트는 입구 각지에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출입을 금지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아파트 입주민은 전기차 화재로 인한 대형 사고가 잇따르자 취해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해당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에는 경고장을 붙이는 등 단속을 이어갔다.

입주민 대표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지하에 중요 시설이 밀집해 있는데 불이 났을 때 끌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기차를 보유한 입주민은 “정부에서도 전기차 구매를 권장하는 데 이건 차별이다”라고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전기차주 입주민은 “플래카드를 입구에 커다랗게 걸어놓으니까 잠재적 방화범이 된 것 같다”라며 “내연기관차 또한 주차 중에 불이 나는 건 마찬가지”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실제 국립소방연구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1만 대당 화재 발생 비율은 지난 2022년 기준으로 내연기관차가 1.84%, 전기차가 1.12%로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여전히 전기차의 수가 현저히 낮은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비율로만 비교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

전기차는 최근 지원금 등 각종 이유로 보급이 확대되면서 화재 발생 비율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확산 속도에 비해 따라가지 못하는 현재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화재 및 각종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관련 법규 등을 설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기차의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과충전 방지 조치 및 주차구역 같은 제도 개선의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화재 및 각종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관련 법규 등을 설립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현재 전기차 보급 확대와 맞물려 세계 각국에서 전기차 화재를 효율적이고 빠르게 진압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는 상황이다.

특수 제작된 천을 활용해 불이 난 차량 전체를 감싸 화재를 제압하는 ‘질식소화’ 방식, 화재 현장 주변을 임시 수조 형태로 만든 후 다량의 물을 부어 차량을 침수시키는 방식, 일반적으로 많이 채택하는 고압 노즐을 차량 아래로 위치시킨 뒤 물을 집중적으로 분사하는 방식 등이 사용된다.

이효경 기자 hyooo@fastviewkorea.com / 사진=DL이앤씨 제공, YTN 보도화면 ,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