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관중 몰렸는데…” KBO가 돈 없다며 폐지한다는 ‘이 사업’

이효경 2024.04.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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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시각장애인 위한 ‘중계 음성지원 서비스’

I 지원금 부족으로 도입 1년 만에 폐지 수순

I 2024 KBO리그 볼 판정 등 변화한 규정

[TV리포트=이효경 기자] 지난 23일 토요일 KBO리그가 개막했다. 이번 개막전은 10개 구단 경기장 모든 곳에서 매진되어 약 10만 관중이 몰렸다. KBO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개막전 전 구장 매진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10개 구단으로 늘어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개막전 매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개막전에 10만 명 이상이 경기장에 입장한 것은 역대 세 번째로 전해진다. 앞선 기록은 2019시즌 개막전에 11만 4,021명, 2023시즌 10만 5,450명이 입장했다.

이렇게 KBO는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리그다. 이에 KBO는 지난해 2023년도 8월부터 서울 잠실구장, 부산 사직구장,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중계 음성지원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장애인 지원 사업에 힘썼다.

이 서비스가 도입되기 전 한화 팬 김아리(가명·32)씨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소리에 역시 들뜬 마음으로 기뻐했지만, 환호의 이유를 알게 된 건 10초쯤 지난 뒤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경기장에서 들린 소리 이후 5~10초 뒤에 스포츠 채널 등에서 중계하는 내용을 이어폰으로 듣고 뒤늦게 상황을 이해하거나 지인들에게 상황을 물어보곤 한다”고 불편함을 설명했다.

‘중계 음성지원 서비스’ 도입이후 시각장애인 야구팬이 경기장으로 ‘직관’(직접 관람) 때 경험하는 시차의 불편함이 줄어들었다. 이에 2023년도 가장 칭찬받은 사업 중 하나로 알려졌다.

하지만 KBO에서 예산 부족을 언급하며 올 시즌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한국야구위원회 한 관계자는 “중계 음성 서비스 자금의 원천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최단체 지원금 예산 규모가 줄어들며 더 이상 사업을 운영할 수 없다고 판단해, 문체부에 2024리그 사업 신청을 하지 못했다”며 “서비스 제공을 하기위해 6억~7억 원 정도 금액이 발생하는데, 이 예산이 배정되지 않은 상태라 이번 시즌에는 운영이 어렵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들은 야구장에서 이어폰 등으로 중계방송을 들으면서 야구 직관을 즐기는데, 문제는 대부분 야구 중계방송은 현장과 10~15초 정도 ‘시차’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반면 KBO가 제공했던 중계 음성 서비스는 전용 단말기를 통해 텔레비전으로 송출되는 캐스터의 목소리를 구장에 있는 시각장애인 관객에게 바로 전달한다. 이 과정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은 지연 없이 경기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2023년도 장애인 스포츠 관람권 보장 등의 내용을 기반으로 ‘스포츠산업 진흥법’이 개정되면서 현장에 도입됐다.

‘시각장애인 중계 음성 서비스’를 작년 한 해 네 차례 이용했다는 중증 시각장애인 안제영(29) 씨는 “경기 진행 상황을 비장애인 관중들과 동일한 시간에 이해하고 그들과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신세계를 느꼈다”라며 “과거에는 10~15초 느린 중계를 듣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지만, 실시간 중계 서비스를 통해 야구를 직관하는 경험을 하고 나니 그 간극이 더 많이 느껴져 지금은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KBO는 중계 음성 서비스 서비스를 처음 도입했을 때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선 바 있다. 허구연 KBO 총재와 시각장애를 가진 김예지 국민의미래 의원이 직접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도자료에 담아 전해 광고에 나섰다. 적극적인 홍보에 시각장애인 야구팬들은 더 많은 구장에서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더 커진 실망으로 돌아왔다.

올해는 더 많은 구장에서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시각장애인 안 씨는 “개막 9일 전까지도 올해 서비스를 지속할지 불확실하다는 설명밖에 하지 않다가 갑자기 이용이 중단됐다”며 “결국 ‘보여주기식’ 정책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