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영화에 담긴 n개의 화두 가운데 함께 나누고 싶은 재미를 선별한 리뷰입니다. 사심을 담아 고른 한 편의 영화 속 단 하나의 재미, 유일무비입니다. *기사 본문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클래식함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시대가 변해도 뚝심 있게 본래의 것을 간직함으로써 마음 깊은 곳을 툭툭 건드리는 아름다움. 하지만 변화가 필요할 땐 과감하게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뚝심인 줄 알았지만 아집이었던, 올드한 로맨스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가 아쉬운 이유다.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는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을 앓게 된 아내 ‘덕희'(추자현 분)와 그런 그의 곁을 지키는 남편 ‘준석'(이무생분)이 사고 전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 애쓰지만 알 수 없는 일들에 휘말리게 되고, 이에 대한 진실을 추적해가는 미스터리 로맨스다. 1997년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 ‘접속’, 독특한 구성과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의 하드코어 스릴러 ‘텔 미 썸딩’을 연출한 장윤현 감독이 무려 1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100분의 다소 짧은 러닝타임이 좀처럼 흐르지 않는다. 새로움이 부재한 설정과 올드한 연출, 촌스러운 대사, 몰입을 방해하는 음악 등으로 삐걱거린다. ‘접속’이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던 시대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낡은 결과물이다. 그렇다고 ‘접속’이 가진 클래식한 아름다움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영화의 핵심 소재로 기억상실을 선택했다면 변주는 필수다. 자칫 진부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뻔한 방식으로 기억상실이라는 소재를 소모한다. 잃어버린 기억으로 인해 가정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과거의 사진을 보고 기억의 퍼즐을 맞춰가는 비현실적인 전개에 물음표가 생긴다. 기억상실뿐만이 아니다. 불륜, 숨겨진 아이, 마약, 시한부 선고까지. 어느 하나 자연스럽게 이해되지 않는다.
여기에 줌 인과 줌 아웃, 단적인 클로즈업까지. 2000년대 초반에 봤을 법한 촌스러운 앵글이 흐름을 방해한다. 흐름을 깨는 또 하나의 요소는 음악이다. 캐릭터의 감정선에 몰입하려고 할 때마다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 불청객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배우들의 열연이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특히 ‘준석’을 연기한 이무생은 소위 ‘멱살을 잡고’ 작품을 이끈다. 심장을 간질거리는 대사를 담백하게 표현하는가 하면, 뜬금없는 캐릭터의 시한부 선고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연기로 극복해낸다. 의심스러웠던 남편의 행동이 모두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너지는 추자현의 연기 또한 먹먹함을 느끼는 포인트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오는 20일 개봉 예정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트윈플러스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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