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영화에 담긴 n개의 화두 가운데 함께 나누고 싶은 재미를 선별한 리뷰입니다. 사심을 담아 고른 한 편의 영화 속 단 하나의 재미, 유일무비입니다.
삐걱대는 연결 구조, 부족한 개연성, 캐릭터 부조화, 결국 늘어지고 마는 131분. 백번 양보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지 알겠으나 아쉽기만 한 ‘로기완’이다.
희망이 사라진 삶에서 오직 생존만이 목표가 된 탈북자 ‘기완'(송중기 분)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벨기에로 떠나 정처 없이 떠도는 이방인이 된 ‘기완’은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 분)를 만나게 된다. 살아온 궤적은 다르지만,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는 두 사람은 특정한 계기로 얽혀 서로에게 빠져든다.
그럴듯한 설정과 그럴듯한 배경, 그럴듯한 캐릭터인데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다. 이방인의 삶이라는 소재 자체는 훌륭하다. 여기에 90% 이상 해외 로케이션에서 촬영해 유럽의 삭막함과 서늘함을 생생하게 담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배경의 힘을 얻는다. 하지만 소재에 살을 붙이는 과정에서 클리셰가 난무한다. 가난, 곤경, 차별, 배신, 마약까지. 고루하고 또 고루하다.
불성실함은 덤이다. 낯선 땅에서 만난 동포들에게도 소외당하는 ‘기완’의 초반 서사는 흡사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금잔디’와 같다. 주인공을 궁지로 몰고가는 수법이 15년 전 드라마와 다르지 않다는 건 분명한 문제다. 유치하기 짝이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완’은 어머니가 목숨값으로 남긴 돈을 탈취한 ‘마리’를 너무도 쉽게 용서한다. 두 사람의 관계가 결국 사랑으로 끝맺는다는 사실을 알고 봐도 느닷없다.
‘마리’의 서사도 고개가 갸우뚱해지긴 마찬가지다. 어머니의 죽음이 아버지 탓이라고 믿는 ‘마리’는 삐뚤어진다. 진한 화장, 과한 의상, 나사가 풀린 듯한 행동 모두 아버지 때문이다. 캐릭터에 묻어나는 퇴폐미가 고작 사춘기 소녀의 시위였다니, 허무하다. 엇나간 ‘마리’를 따라다니며 용서를 구하는 아버지는 또 뭔가. 급기야 갑작스럽게 채무관계에 얽힌 제3의 인물 ‘씨릴’이 등장해 ‘마리’에게 마약을 권하고, 판돈이 걸린 사격판에 선수로 내보낸다. 매끄럽게 이해되는 구석이 없다.
영화를 끌고 갈 캐릭터들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둥둥 떠다닌다. 그렇다 보니 영화의 메시지가 점점 희미해지고 가고자 하는 방향 또한 명확하지 않다. 비슷한 장르의 웰메이드 영화들을 표방했지만,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다.
‘로기완’은 오는 3월 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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