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영화에 담긴 n개의 화두 가운데 함께 나누고 싶은 재미를 선별한 리뷰입니다. 사심을 담아 고른 한 편의 영화 속 단 하나의 재미, 유일무비입니다.
로제도 좋고 마라도 좋은데 결국 오리지널을 찾게 된다. 영화 ‘시민덕희’가 그렇다. 욕심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다. 원하는 시점에 웃음을, 필요한 시점에 사이다를 날린다. 익숙한 플롯, 아는 재미가 반갑다.
영화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 분)가 자신에게 사기를 친 재민(공명 분)으로부터 뜻밖의 제보를 듣고 범죄의 중심으로 뛰어드는 이야기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일원이 된 재민을 구하려는 덕희의 결심과 행동이 영화의 핵심이다.
2016년 경기도 화성시의 세탁소 주인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 총책 및 조직 전체를 붙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배우 라미란, 공명, 염혜란, 장윤주, 이무생, 박병은, 안은진까지.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배우들이 러닝타임 114분을 책임진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덕희’, 라미란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가 가장 잘하는 생활연기가 이번에도 빛을 본다. 라미란이 연기한 ‘덕희’는 동네에서, 출퇴근길 대중교통에서, 일터에서 본 듯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덕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이 남일 같지 않다. 보이스피싱 피해로 좌절한 ‘덕희’가 눈물을 흘릴 때 마음 한편이 시리고, 복수할 땐 박수 치며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라미란의 내공이다.
라미란이 노련함으로 승부를 본다면, 공명은 총명함을 앞세워 자신의 몫을 해낸다. 매 작품마다 눈도장을 찍는 이무생과 박병은은 작품에서 각각 긴장감과 재미를 담당한다. 극중 이무생은 보이스피싱 총책으로 극악무도한 빌런을 연기한다. 분노와 불안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를 그의 색깔로 해석한다. 박병은은 극초반 무력함을 보이지만, 특정한 계기를 만나 변화한다. 연기가 아닌 것 같은 연기로 몰입감을 높인다.
캐릭터들은 각자의 매력을 뽐내는 동시에 케미까지 챙긴다. 덕희에게 힘을 보태는 ‘덕벤져스’ 염혜란, 장윤주, 안은진의 티키타카는 ‘시민덕희’의 최고 관전 포인트다. 강인한 덕희 옆엔 다정한 봉림(염혜란 분)과 엉성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숙자(장윤주 분)가 있다. 그리고 세 사람에겐 없는 젊은 피의 소유자 애림(안은진 분)이 함께한다. 영화에서 터지는 웃음의 팔 할 이상이 ‘덕벤져스’의 케미에서 비롯된다. 네 사람이 모였을 때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박영주 감독의 역량이다. 교과서 같은 코미디, 적절한 웃음 포인트, 캐릭터의 앙상블까지 ‘시민덕희’가 선보일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정석으로 보여준다. 첫 상업 영화 연출에서 담백함을 추구한 건 보기 좋은 ‘깡’이다.
한편, ‘시민덕희’는 오는 24일 개봉 예정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쇼박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