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로맨스 영화 기근 속 ’30일’의 등장은 반갑다. 하지만 진지한 순간에도 놓지 못하는 개그 욕심이 재미를 반감시킨다.
영화 ’30일’은 드디어 D-30, 서로의 찌질함과 똘기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완벽하게 남남이 되기 직전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정열(강하늘 분)과 나라(정소민 분)의 코미디를 그린다. 동반기억상실이라는 독특한 설정과 배우 강하늘, 정소민의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서로가 아니면 안 된다던 정열과 나라는, 어느덧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다. 결혼 생활 속 연애 시절과 다른 서로를 마주하면서다. 사랑에 가려져 미처 보지 못했던 날 것의 모습을 발견하며 결국 이혼을 선택하게 된다. 정열은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한 나라에게 자격지심이 생기고, 나라는 그런 정열에게 싫증을 느낀다. 이 밖에도 이유는 많다. 결국 밥을 먹는 모습이 ‘쳐먹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서로를 미워하는 지경에 이른다.
영화의 재미는 두 사람이 교통사고로 인해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린 시점부터 시작된다. 서로를 미워했던 감정까지 잊어버린 두 사람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사고 전 부부였다는 사실이 어색했던 정열과 나라는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저 사람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관심은 호감으로 발전하게 되고 이내 사랑을 확인한다. 정열과 나라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이 촘촘하게 그려진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서사가 클라이막스에서 빵 터지는 쾌감이 있다.
그러나 ‘코미디’라는 장르에 매몰된 것인지, 난 데 없는 지점에서까지 웃기려고 한다. 문제는 썩 웃기지 않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뻔한 대사, 주변 인물들의 뻔한 리액션이 반복된다. 웃음을 덜어내야 하는 감정 신에서도 코미디가 등장한다. 집중도가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강하늘이라는 강력한 배우가 제몫을 못한 느낌이다. 강하늘로 말할 것 같으면 ‘동백꽃 필 무렵’, ‘청년경찰’, ‘스물’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로맨스와 코미디가 동시에 가능한 배우임을 입증했다. ’30일’에서도 강하늘 특유의 순수한 매력을 발산한다. 아쉬운 건 표현이 다소 과하다는 것. 능청스러움은 부자연스럽고 과거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봐왔던 우스꽝스러운 표정 연기는 몰입을 깬다.
진부한 재미를 살린 건 나라를 연기한 정소민이다. ‘환혼’, ‘이번 생은 처음이라’, ‘늑대사냥’ 등을 통해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줬던 정소민이 제대로 망가진다. 그런 그의 새로운 모습은 극을 보는 하나의 재미다. 지루할쯤 등장하는 조민수는 기량의 150%를 발산한다. 맛깔난 대사 처리에 100% 웃음이 터진다. ‘마녀’, ‘방법’에서 선보였던 광기어린 악인을 완벽하게 지워낸 의미 있는 변신이다.
’30일’은 오는 10월 3일 개봉 예정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주)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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