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영화에 담긴 n개의 화두 가운데 함께 나누고 싶은 재미를 선별했습니다. 사심을 담아 고른 한 편의 영화 속 단 하나의 재미, 유일무비입니다. *이 기사 본문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웃기되 우습지 않아야 한다’는 코미디의 깊은 철학이 부재한 영화. 러닝타임 99분을 쪼개 분 단위로 욱여넣은 개그 포인트는 웃음보단 우스움을 자아낸다. ‘가문의 영광이 돌아왔다’는 홍보 문구가 민망할 정도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잘나가는 스타 작가 대서(윤현민 분)와 가문의 막내딸 진경(유라 분)을 결혼시키기 위해 온갖 음모를 꾸미는 장 씨 가문의 사생결단 결혼성사 대작전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누적 스코어 약 2000만 명을 기록한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 영화로 ‘리턴즈’라는 무거운 타이틀 값을 해내기 위해 베테랑 스태프가 의기투합했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 전편을 제작하고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을 연출한 정태원 감독과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 2’,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 3’, ‘가문의 영광5-가문의 귀환’을 연출한 정용기 감독이 함께 메가폰을 잡아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 명실상부 ‘코미디의 대모’ 김수미와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는 탁재훈의 조합은 두말할 게 없는 조합이 분명하다.
막상 열어본 ‘가문의 영광:리턴즈’는 총체적 난국이다. 첫인상에서 비호감이었던 상대와 우여곡절을 거쳐 사랑을 꽃피우는 간결한 스토리다. 예측 가능한 이야기로 승부를 보기 위해선 한 방의 필살기가 필요한데, 그 한 방이 없다. 1차원적인 이야기가 평평하고 밋밋하게 전개된다.
‘가문의 영광’이 영광을 얻었던 2000년대 웃음 코드와 퀄리티를 그대로 옮겼다는 것도 문제다. 클래식이 아닌, 올드함 범벅이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코미디, 허술한 분장과 설정은 몰입을 방해한다. 전반에 묻어나는 올드함을 눈치채지 못했다면 센스가 부족했고, 의도한 바였다면 실패다.
극중 인물들의 오버스러운 제스처, 매끈하지 못한 관계성, 튀는 제스처는 극에 어울리지 못하고 내내 표류한다. 특히 갑자기 튀어나오는 유아적인 효과음은 삽입 이유가 궁금할 정도다. 여기에 가문의 맏아들 ‘석재'(탁재훈 분), 가문의 오른팔 ‘종면'(정준하 분), 배신자 ‘얏빠리'(추성훈 분)의 액션은 공을 들인 게 무색할 만큼 허술하다.
무엇보다 코믹 연기로 충분한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탁재훈, 정준하의 쓰임이 아쉽다. 탁재훈의 이른바 ‘양아치’ 연기, 정준하의 어리숙하고 느슨한 연기는 대중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아무리 절경이래도 매일 보면 그만한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다. ‘가문의 영광:리턴즈’에 담긴 두 배우의 모습이 그랬다.
연기 자체가 아쉬운 배우도 있다. 가문의 막내딸 진경을 분한 유라다. 과장된 표정과 격양된 연기 톤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특히 2002년 ‘가문의 영광’의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화제가 됐던 김정은의 ‘나 항상 그대를’을 리메이크한 장면은 낯이 뜨겁다. 유라가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부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눈여겨볼 점은 건재한 김수미와 윤현민의 고군분투다. 억지스러운 극중 설정에도 자신의 연기를 보여준다.
한편,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오는 21일 개봉된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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