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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악산’에 법적 조치 예고한 원주시…’곡성’·’곤지암’ 사례도 눈길

정윤정 에디터 기자 조회수  

[TV리포트=차혜미 기자] 강원도 원주시가 영화 ‘치악산’ 제작사 측에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내달 13일 개봉을 앞둔 공포영화 ‘치악산’이 강원도 원주시로부터 제목 변경 항의를 받으며 법적 분쟁에 놓이게 됐다.

영화 ‘치악산’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영화다. 1980년대 치악산에서 18토막 난 시신 10구가 수일 간격으로 발견돼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됐다는 ’18토막 연쇄살인사건’ 괴담을 모티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영화에 원주시 측은 지난 24일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관광자원인 국립공원 치악산과 지역에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전했다. 이에 이달 ‘치악산’ 측에 제목 변경과 함께 “치악산”이라는 대사가 들어간 장면의 일부 편집을 요구했다.

‘치악산’ 제작사는 “본의아니게 원주시와 지역 주민분들께 불편을 끼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제작진은 23일과 24일 양일간 원주시청 관계자분들을 찾아뵙고 원만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원주시는 장면 내 “치악산”이라고 언급하는 부분을 모두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의 연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작사 측은 “주요 출연 배우 중 한 명이 군 복무 중인 관계로 재촬영 역시 불가한 상황인 점 양해해 주십사 요청드렸다”라고 설명하며 제목 수정, 대사 편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영화 본편 내 실제 지역과 사건이 무관하며 허구의 내용을 가공했음을 고지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선 본편 내 이미 ‘영화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회사 및 단체 그 외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라는 문구가 기입돼 있는 점 안내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문구 등장 시점이 “영화가 끝난 후 엔딩크레딧 부분에 있어, 보다 많은 관객분께 노출될 수 있도록 본편 상영 이후 바로 등장하도록 재편집을 진행하는 방향 역시 함께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원주시는 27일 실제 지명을 제목으로 사용한 영화 ‘치악산’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영화의 상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유무형의 재산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강력한 법적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전국 최고의 안전 도시이자 건강도시인 원주의 이미지가 듣도보도 못한 괴담으로 훼손되어 버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영화 개봉으로 인해 36만 시민 그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시 차원에서 강력대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주시의 이러한 대응은 긍정적인진 않지만 영화 ‘치악산’을 홍보시키는 꼴이 됐다. 이 영화를 몰랐던 예비 관객들도 ‘치악산’에 관심을 갖게 됐고 동시에 가상의 괴담에 대해 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됐기 때문이다.

지명을 딴 영화 제목으로 논란이 벌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곡성’과 2018년 영화 ‘곤지암’도 지역 이미지 훼손으로 논란이 됐었다.

‘곡성’은 전라남도 곡성(谷城)의 반발이 심해지자 골짜기의 도시라는 의미의 한자를 울 곡(哭), 소리 성(聲)으로 한자만 바꿨다.

영화 ‘곤지암’도 상영금지 소송이 진행됐었다. 영화는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곤지암 정신병원을 찾아간 공포체험단 멤버들이 건물 내부를 탐색하며 경험한 공포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곤지암 정신병원은 1996년 폐업한 이후 각종 괴담을 낳았고, CNN이 ‘세계 8대 소름 끼치는 장소’로 선정되기도 헀다.

실제 장소에 관한 괴담을 소재로 다루다 보니 개봉 전 곤지암 정신병원 부지의 소유주와 법적 분쟁이 있기도 했다. 당시 소유주는 “‘곤지암’ 제작진이 개인 사유지에 무단 침입했고 영화로 인해 진행 중인 매각에 차질이 생겼다”라며 명예훼손으로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제작진 측은 “부산의 폐교에 세트장을 따로 만들었고 기존에 퍼져있던 영상만 참고했다”라며 “마케팅 과정에서 본 영화가 허구를 바탕으로 한 창작물임을 지속적으로 밝혔다”고 주장했다.

결과는 상영금지 가처분 기각이었다. 재판부는 “영화 ‘곤지암’은 소유주 개인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니므로 소유주의 명예와 신용이 훼손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영화는 명백히 허구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공포영화에 불과할 뿐 부동산에 대한 허위 사실을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고, 괴이한 소문은 영화가 제작되기 한참 전부터 세간에 퍼져 여러 매체에서도 보도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역명을 영화에 그대로 쓰는 것에 대해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과 구분 하시길”, “곡성도 개봉 이후에 관광객들 많아졌는데”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부정적인 소재가 담긴 지역명 영화가 개봉하면 지역 주민이나 지역 경제에는 타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중들에게는 지역명으로 된 제목이 다른 작품과 구별 짓는 데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봉 전부터 암초를 만나게 됐다. 영화 ‘치악산’이 원주시와의 갈등을 해결하고 ‘곡성’과 ‘곤지암’처럼 예정대로 개봉할 수 있을까.

차혜미 기자 chm@tvreport.co.kr / 사진=영화 ‘치악산’ 예고편, 20세기 폭스 코리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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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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