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 유쾌한 웃음에 감동, 그리고 풋풋한 청춘과 장항준 감독의 위트까지 더해진 실화 바탕의 영화 ‘리바운드’가 무해하지만 뜨겁게 청춘을 응원한다.
영화 ‘리바운드’ 제작보고회가 14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려 장항준 감독, 배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가 참석했다.
영화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 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다. 부산중앙고등학교 농구부의 2012년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 대회 출전 당시 이야기를 극화한 ‘리바운드’는 장항준 감독이 ‘기억의 밤’ 이후 5년 만 연출 컴백작이다. 넷플릭스 ‘수리남’을 공동 집필한 권성휘 작가와 ‘킹덤’ 김은희 작가가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했다. 특히 김은희 작가의 ‘리바운드’ 참여는 ‘그해 여름’ 이후 17년 만의 영화 작업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배우 안재홍은 농구선수 출신의 공익근무요원이자 양현을 연기한다. 그는 “리바운드는 농구에서 슈팅이 골로 이어지지 않은 공이 튕겨져 나오는 것을 잡아챈다는 뜻인데, 저희 영화에서는 리바운드라는 말을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한번 기회를 얻어낸다는 의미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양현 캐릭터를 “인원수도 부족한데 뭔가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리바운드하게 되는 역할”이라고 소개한 안재홍. ‘유퀴즈’에 장항준이 출연해 ‘리바운드’ 얘기하는 것을 보고 영화와의 인연을 예상했다고. 그는 “그때는 감독님과 연이 없었을 때였는데, 감독님이 부산에 있는 중앙고등학교에서 6명의 선수로 전국대회에 나가 돌풍을 일으킨다는 얘기를 차기작으로 한다는 얘기를 하셨다”면서 “방송을 보며 ‘왠지 저 공익근무요원 코치가 내가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고, 한편으로 ‘내가 꼭 저 역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방송 3일 후 제게 시나리오가 왔다”고 일화를 전했다.
장항준 감독은 “한국 젊은 남자배우 중, 연출에서 주안점을 둔 게 당시 선수들과 신장, 생김새가 가장 비슷한 배우들을 찾고 있었다. 코치 역의 안재홍이 ‘저기서 조금만 더 살을 부풀리면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장도 거의 같다. 실제 코치도 하체가 튼실하신데 두 분의 하체도 공통점이 있었다. 제일 먼저 시나리오를 드렸고 며칠 만에 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사무실에서 쾌재를 불렀다”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실제 강 코치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는 안재홍은 “실제 규혁의 어머니가 촬영장에 오셨는데, 그 당시 강양현 코치님과 똑같은 모습, 같은 체중으로 입을 풀고 있었는데 어머님께서 깜짝 놀라셨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실제 강양현 코치와 안재홍의 영화 속 스틸이 공개돼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30기가에 달하는 모든 경기 영상을 봤다. 코치님의 표정과 마음을 가져와서 영화에 녹여내고 싶었다”고 연기에 기울인 노력을 전하며 “진짜 전국대회 나가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고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가드 포지션의 기범 역을 맡은 배우 이신영은 “키 때문에 슬럼프를 겪던 중 코치를 만나고, 좋은 계기로 중앙고에 들어가게 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실제 영화를 통해 농구를 처음 접했다는 그는 “작품 들어가기 한 달 전부터 매일 농구를 했다. 농구 일지를 만들어 첫날부터 감독님 만나기 전까지 매일 연습 영상을 편집해 감독님께 보내드렸다. 합숙도 하고 연습도 하며 많이 늘었다. 지칠 때마다 가 되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연예계 대표 농구 애호가로 농구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던 정진운은 스몰포워드 포지션의 규혁 역을 연기했다. 지는 것을 싫어하고 터프한 면모의 규혁에 대해 “너무 거칠어서 ‘저 친구는 그냥 둬라’ 할 정도로 승부욕 만랩인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센터 순규 역의 김택은 “궂은 일도 많이 하고, 가드와 포워드를 뒷받침하는 포지션이다. 축구선수를 꿈꿨지만 뛰어난 피지컬과 운동 능력으로 농구부에 합류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실제 휘문고 농구부 출신인 그는 되레 농구를 못하는 연기를 해야 했다고. 그는 “농구를 못하는 역할이어서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다. 몸에 밴 습관이 많다 보니”라고 고충을 전했다.
길거리 농구 출신 파워포워드 강호 역의 정건주는 “부산 사나이로 화끈한 성경의 소유자”라고 캐릭터를 전했다. 현장에서 파이팅을 열심히 했다는 정건주는 “실제로 (현장에서) 저희끼리 친했다”라면서, 현장에서 파이팅을 리드해 눈길을 끌었다.
만년 벤치 식스맨인 재윤 역의 김민은 “구력은 있지만 실전 경험은 없다. 경기를 나가보지는 못했지만 농구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연습도 열심히 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장항준 감독은 이 캐릭터에 대해 “청년들이 침잠해 있는 현실이지 않나. 재윤이 노력으로 어느 순간 터지게 되는 장면이 있다. 블라인드 시사에서도 일반 관객이 가장 열렬히 반응했던 인물”이라고 설명하며 “유일하게 크게 농구를 잘하지 않아도 되는 역할이라 날로 먹었다”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다.
슈팅가드 진욱을 연기한 안지호는 “활기차고 농구 열정 만랩으로, 자칭 ‘마이클 조던’이라고 하는 귀엽고 활기찬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그는 “밝고 에너지 넘치는 역할이라 톤도 높게 잡고 행동도 역동적으로 하려 했다”고 연기에 기울인 노력을 전했다.
연출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그 시절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장항준 감독은 “실화를 다룬 이야기여서 그때와 근접해야 한다고 생각해 실제 부산중앙고에서 촬영을 했고, 캐스팅 단계에서 실제 선수의 신장, 체격, 헤어스타일, 선수들이 착용한 밴드, 신발, 평상복까지 당시의 것을 구현했다”라면서 “영화를 보시고 나서 ‘저런 것까지 굳이 할 필요 있었을까’ 정도로 당시 부산의 느낌을 살리려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 직전에 (현장이) 개보수가 됐더라. 문이 스테인레스로 바뀌었더라. 옛날에 쓰던 문을 구해왔다. 몰입감을 높이고 의미를 찾고자 했다. 그때 낡았던 그 시절 부산중앙고를 만들려 미술적으로 노력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안재홍은 “세트 촬영이 전혀 없었다. 그때 그 중앙고 친구들이 경기를 치른 곳에서 실제 촬영이 이뤄졌다. 몇년 된 체육관 나무바닥의 삐걱댐, 반들거림, 창에서 쏟아지는 햇빛까지 똑같아서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그 시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경험이었다”라고 부연했다.
농구 영화인 ‘리바운드’에 실제 KBL 심판들이 실제 영화에 출연한다. 장항준 감독은 “진짜 경기 같다고 하셨다”면서 “본인도 모르게 진짜 휘슬을 불고 하셨다”라고 현역 심판들이 감탄한 촬영 당시 배우들의 농구 열정을 전했다.
코치 역을 연기한 안재홍은 실제 현장에서도 선수이자 배우들을 리드했다. 이신영은 “테이크를 다시 가다 많이 지치고, 아쉽다 생각할 때마다 지켜보시다가 ‘힘내라’ 한마디 던져주셨다. ‘코트 안에서 중심을 확실히 잡아봐라, 그럼 집중이 될 거야’라는 말이 정말 힘이 됐다”라며 감동 받았던 안재홍의 격려를 전했다. 김민은 “안재홍 선배님이 우리 모두 고민이 있으면 같이 고민해 주셨다. 지쳐있을 때는 따로 쉬는 날 모아서 소고기도 사주셨다”라고 전했다.
이에 안재홍은 “사비”라고 덧붙였고, 장항준 감독은 “하필 소가 유명한 안동에서 촬영하는 바람에, 자주 비싼 소고기를 샀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장항준 감독은 “2012년에 ‘싸인’을 끝내고 쉬고 있을 때 기사가 난 걸 기억한다. 그걸 10년 후에 연출하게 될 거라고 상상 못했다”면서 “마침 장원석 대표가 그 뉴스를 보고 강양현 코치에게 연락해 ‘영화 만드는 사람인데 언젠가 당신 얘기를 영화화하고 싶다’고 했다. 2012년 프로젝트는 시작됐고 시나리오 개발을 했지만 그때만 해도 농구 영화 만드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5년 전 연출 제안을 받았다는 장 감독은 “‘어, 이거 그 얘기다, 실화였지? 진짜구나’라며 기사들을 찾아보고는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와이프가 시나리오를 보고 ‘오빠, 이건 꼭 해야 할 것 같아’라고 하더라”라고 아내 김은희 작가의 반응도 덧붙였다.
‘슬램덩크’ 열풍으로 뜨거운 지금 ‘리바운드’가 개봉하게 된 데 대해 장항준은 “원래 이 즈음에 개봉하기로 했던 건데 인터넷에서 ‘장항준은 진짜 신이 내린 팔자인가?’라는 글이 있더라. 저희 영화로써는 도움이 되는, ‘슬램덩크’ 보면서 자란 세대이지 않나. 그런 붐을 실사 영화, 한국의 실화로 이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그러면서 “매일 ‘슬램덩크’ 관객수를 확인했다. 살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그렇게 응원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무한상사’ 이후 김은희 작가와 다시 함께 일하게 된 장항준 감독은 “‘싸인’이 큰 사랑을 받았고, ‘무한상사’도 같이 하게 됐다. 대중이 오해하는 걸 바로잡자면 한번도 제가 김은희에게 먼저 일을 하자고 한 적이 없다. 늘 김은희 씨가 먼저 하자고 했다. ‘무한상사’ 뒤에서 몇 번 같이 일을 하자고 한 적이 있다”라면서 “이번 작품은 시나리오를 보고 ‘오빠, 고칠 거지? 내가 고치면 안 돼?’라고 해서 ‘이게 웬 떡이냐’고 생각했다. 같이 수정 방향을 얘기했다. 부부이지만 오랜 동료다. 호흡을 확인했다. ‘이 결혼은 오래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무한상사’ 부부싸움을 했던 일화도 전했다. 그는 “‘무한상사’ 이후 좀 싸웠다. 거의 안 싸우는데…저도 ‘우린 이제 같이 하면 안 되겠다’ 했다. 첨예하게 대립을 했다. 김은희가 잘되니 제 말이 안 먹히는 거다. 가족끼리 일을 하다 보니”라고 털어놨다. 앞으로의 협업 여부에 대해 장 감독은 “김은희가 세계적인 작가가 되지 않았나? 제가 덕을 보고 싶다. 그런 소중한 마음밖에 없다”라고 바랐다.
‘리바운드’를 위해 체중을 늘린 안재홍은 “‘멜로가 체질’로 겨우 감량을 했는데 ‘리바운드’ 얘기를 하고 강양현 코치님을 보면서 최대한 흡사하게 맞추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일주일 동안 10kg을 증량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빼는 건 힘들지만, 목표가 있는 증량, 오히려 멈추는 게 어려웠다. 증량 후 감독님을 만났을 때 미소가 잊히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항준 감독은 “이 배우들이 청춘을 걸었구나 싶어 행복한 여름이었다. 이 여름의 결과물이 인생에서 보람있는 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재홍은 “정말 뜨거운 이야기, 박진감 넘치는 재미있는 농구 장면으로 이뤄진 영화다. 부디 많은 사랑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이신영은 “모두가 코트 위에서 흘린 땀과 감정을 스크린에서 느껴주시길 바란다”고, 정진운은 “저희 영화 보시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도전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김택은 “‘리바운드’ 보시면 열정, 패기, 끓어오르는 감정을 느끼실 거라 믿는다”고, 정건주는 “따뜻하고,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영화”라고, 김민은 “깨끗하고 담백하고 뜨거운 영화에 많은 사랑 보내 주시길 바란다”고, 안지호는 “재미있고 전율 느낄 수 있는 ‘리바운드’ 많이 사랑해 달라”고 전했다.
‘리바운드’는 4월 5일 개봉 예정이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백수연 기자 suyeon73@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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