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성민주 기자]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가 전 세계적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영화를 보고 우울감과 극단적 선택 충동을 호소하는 ‘아바타’ 우울증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가 처음 베일을 벗은 지난 2010년 초, CNN 인터넷판은 “‘아바타’를 본 일부 관객들이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그 이유를 두고 “이들이 영화 속 외계 행성 판도라에 강하게 매혹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영화의 팬 사이트 ‘아바타포럼’에는 우울감을 호소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영화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과 눈물, 전율을 잊을 수 없다”며 “판도라와 같은 세상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바람으로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은 탐욕스러운 인간의 모습에 우울감을 느끼기도 했다. “영화를 본 뒤 온 세상이 잿빛으로 보이고 삶 자체가 의미를 잃은 것처럼 느껴진다”며 “나는 죽어가는 세상에 살고 있고 인류가 만든 세계에 염증을 느낀다.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아바타’를 본 후 비슷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아바타 팬 포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10~20%가 비슷한 증상을 경험했다는 추정도 나왔다. 이러한 현상에 “포스트 ‘아바타’ 신드롬”(Post-Avartar Depression Syndrome, PADS)이라는 이름까지 생겼다.
이에 대해 정신과 의사인 스티븐 켄자이는 “이 영화의 특수효과가 너무 진짜 같아 관객들로 하여금 판도라라는 외계 세계를 직접 거닐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며 “이로 인해 몇몇 관객은 극장을 떠나며 현실과 영화 사이에서 분리불안장애를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신과 의사 슈테판 퀜실 박사는 이 현상에 대해 “실제 삶은 스크린에서만큼 유토피아적이지 않기에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가상세계를 접한 사람들에게 더 불완전하다고 인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 후 13년 만에 ‘아바타’ 속편이 개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려의 시선이 앞섰다. 지난 12월 미국 버라이어티지는 ‘아바타’ 우울증을 겪었던 이들을 인터뷰했다. 그중 한 명인 윌리엄슨은 “‘아바타2’가 나를 다시 자극하지 않을까 걱정은 된다”고 우려하기도.
그러나 윌리엄슨은 “판도라에 처음 가는 게 아니기에 덜 감정적일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새로운 영역으로 향하기 때문에 또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라며 “영화를 직접 보기 전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아바타2’는 ‘아바타’만큼 심각한 우울감과 자살 충동을 선사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고 난 뒤 경미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는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성민주 기자 smj@tvreport.co.kr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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