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좋은 영화는 결국 통하게 마련이다. 흥행은커녕 개봉만으로도 기적이라 불렸던 ‘귀향'(조정래 감독)이 진짜 기적을 만들었다.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경험담을 그린 영화다. 2002년 나눔의 집(위안부 피해자 후원 시설)에서 봉사활동 중이던 조정래 감독이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이라는 그림을 보고 기획한지 14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영화다.
위안부 할머니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에 선뜻 지갑을 연 투자자는 많지 않았다. 수년간 투자를 거절당한 ‘귀향’은 7만5270명의 시민 후원자들이 참여한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의 50%가 넘는 12억 원을 마련했다. 국민들의 참여로 가까스로 만들어진 ‘귀향’은 상영관 확보라는 또 다른 벽과 마주해야 했다.
중소배급사 와우픽쳐스를 통해 2월 24일로 개봉일을 확정했지만 멀티플렉스들이 관을 열어주지 않으며 위기를 맞았다. 개봉 사흘 전인 2월 21일까지도 전국 스크린수는 고작 50여 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어째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SNS를 중심으로 ‘꼭 봐야 하는 영화’라는 여론이 형성됐고, 네티즌들의 염원은 곧장 예매율로 이어졌다. ‘귀향’은 22일부터 실시간 예매율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데드풀’, ‘주토피아’ 같은 쟁쟁한 경쟁작을 제친 결과였다. 그 결과 ‘귀향’은 전국 340개, 총 스크린수 507개로 개봉해, 마블 히어로 무비 ‘데드풀’을 꺾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톱스타가 출연하는 팝콘무비가 극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작은 영화 불모지나 다름없는 충무로에서 일궈낸 결과라 더욱 값지다. 오로지 영화의 힘, 소재의 진정성, 입소문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진짜 기적이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태워지는 처녀들’ 강일출 作 및 영화 ‘귀향’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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