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두 히어로가 싸운다. 그것도 아주 죽을 듯이.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화해하고 악을 처단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눈치챘겠지만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잭 스나이더 감독) 얘기다.
두 히어로가 싸우는 이유와 그 싸움의 승자에 대한 궁금증은 관객으로 하여금 ‘배트맨 대 슈퍼맨’의 티켓을 사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더 나아가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
하지만 잭 스나이더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좀 가혹하게 표현하자면 ‘배트맨 대 슈퍼맨’이라는 제목으로 관객을 유인한 뒤, 향후 펼쳐질 DC유니버스의 포석 깔기로 이번 영화를 활용한 듯 보인다. 말하자면 부제인 ‘저스티스의 시작’이 잭 스나이더가 이 영화로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던 것.
실제로 영화에는 아쿠아맨, 플래시, 원더 우먼 등을 둘러싼 수많은 떡밥들이 곳곳에 심어져 있는데, 어째 이 떡밥에 영화의 주인공인 배트맨과 슈퍼맨의 싸움보다 더 공들인 모양새다. 잭 스나이더는 정의(正義)에 대한 다른 정의(定義)가 싸움의 시발점이라고 거창하게 밝혔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렉스 루터의 이간질이 진짜 이유다.
스포일러가 돼 밝히긴 어렵지만 죽어라 싸우던 두 히어로는 한 사람의 이름을 들은 뒤 언제 그랬냐는 듯 싸움을 멈추고 한편이 된다. 그리곤 원더 우먼(갤 가돗)이 섹시한 포스를 풍기며 날아와 망토 휘어잡고 싸우던 두 히어로를 멋쩍게 만든다.
돌이켜 보면 잭 스나이더는 ‘배트맨 대 슈퍼맨’의 빈약한 스토리와 명분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 그는 제목에 Versus(대·對)의 약자인 VS가 아닌 V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단순한 대결 구도로 느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며 “중요한 건 ‘저스티스 리그’의 프리퀄이라는 사실”이라고 그럴싸하게 설명했다.
또, 지난 3월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내 취재진과 기자회견에서는 수많은 영웅 중 하필 배트맨과 슈퍼맨이 붙은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슈퍼맨이 누구와 싸워야 흥미로울지 논의하던 중 ‘맨 오브 스틸’에 등장한 웨인 인더스트리의 트럭이 문득 떠올랐다. 배트맨과 관련된 회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트맨이 생각났다.”
영화에 대한 평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지만, 꽤 영리한 전략일 수도 있다. 마블은 수년간 개별 히어로 프랜차이즈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쌓아올린 뒤 ‘어벤져스’를 기점으로 그 세계관을 더욱 견고히 다졌다. 마음 급한 DC코믹스 입장에서는 DC의 가장 유명한 히어로를 싸움 붙이며 일단 판을 벌인 뒤, 이후 ‘저스티스의 리그’와 각 개별 히어로 영화로 DC 유니버스 내실을 채울 수밖에.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완벽히 성공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어찌 됐든 DC유니버스의 서막이 올랐다. 다음 작품은 8월 5일 개봉하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다. 조커(자레드 레토), 할리퀸(마고 로비), 데드샷(윌 스미스) 등 보통 아닌 DC 빌런들이 총출동한다. ‘사보타지’, ‘퓨리’를 연출한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과연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전 세계 팬들의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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